‘1400조 연기금’ 코스닥으로…정부 “투자 확대하라” 지침

기금자산운용정책위 신설, 자산운용 기본방향 첫 수립
1222조 여유자산 중 코스닥 비중 3.7%…국내 투자 정체
운용평가에 코스닥150 반영·벤처투자 가점 확대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이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2026년 제1차 기금자산운용정책위원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예산처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에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라는 자산운용 지침을 내렸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정부가 67개 연기금 전체를 대상으로 한 해의 투자 방향을 공식 제시한 만큼 연기금의 국내 주식·코스닥 투자 확대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은 29일 제1차 기금자산운용정책위원회를 열고 ‘2026년 기금 자산운용 기본방향’과 ‘2026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 지침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정부가 기금 자산운용의 공통 기준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공식 배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개편의 출발점은 연기금 자산운용 거버넌스 재편이다. 그간 기금 자산운용 관련 정책 논의는 연기금투자풀에 한정돼 있었고, 국민연금 등 투자풀에 참여하지 않는 기금까지 포괄하는 상위 정책 결정 기구는 부재했다. 이에 정부는 기존 투자풀운영위원회의 기능과 구성을 확대·개편해 기금자산운용정책위원회를 신설했다. 앞으로 이 위원회는 자산운용 기본방향과 기금운용평가 지침 등 기금 운용 전반의 정책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정부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부 대형 연기금이 자체 운용 역량을 갖추고 투자풀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공적 자금이라는 점에서 자산운용 원칙과 정책 방향의 정합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2026년 기금 자산운용 기본방향’에는 국가재정법상 자산운용 4대 원칙인 안정성·유동성·수익성·공공성이 명시됐다. 정부는 기금 자산운용이 단기 수익률에 치우치기보다, 중장기 수익성과 함께 혁신생태계 활성화 등 공적 역할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정부 정책과 연계된 투자 방향으로 ▷국내 벤처투자 ▷국민성장펀드 ▷ESG 투자 ▷코스닥 등 국내주식 투자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


정부가 코스닥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배경에는 연기금 자산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실제 2024년 기준 67개 기금이 운용 중인 여유자산 규모는 1222조원에 달하지만, 이 중 코스닥 투자액은 5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3.7%에 그친다. 해외투자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는 것과 달리, 코스닥을 포함한 국내 주식 투자는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연기금이 장기 자금이라는 점과 공적 성격을 감안할 때, 성장 잠재력이 있는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자산운용 기본방향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평가 지침도 함께 개정됐다. 정부는 벤처투자에 대한 가점을 기존 1점에서 2점으로 확대하고, 가점 만점을 받기 위한 최소 투자 기준 금액도 상향 조정했다. 벤처펀드 결성 초기에는 수익률이 낮게 나타나는 특성을 고려해 결성 후 3년 이내 수익률은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국내 주식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코스피 지수만 반영하던 기금운용평가 기준수익률에 코스닥150 지수를 5% 혼합(코스피 95%+코스닥150 5%)하도록 했다. 연기금이 코스닥에 투자하더라도 평가상 불리하지 않도록 제도를 손질한 것이다. 아울러 투자다변화 예시 조항에서는 ‘해외투자’ 문구를 17년 만에 삭제하고, 대신 ‘벤처투자’ 문구를 새로 포함했다.

다만 정부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구체적으로 얼마까지 늘리라고 정하지는 않았다. 각 기금은 설립 목적과 법령상 운용 원칙이 달라 정부가 수치를 제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임기근 차관은 “기금 여유자금은 2025년 기준 14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기금자산운용정책위원회 신설과 자산운용 기본방향 수립을 통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혁신생태계 활성화 등 공적 역할도 함께 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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