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대 중 1대는 친환경차’…전동화 박차

지난해 친환경차 판매 93만대
판매 비중 2030년 60% 목표
‘현실적 전동화’ 불확실성 돌파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 4대 중 1대는 하이브리드차(HEV)를 비롯한 친환경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경쟁력을 갖춘 신차 출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량을 555만대로 끌어올리고, 이 가운데 60%를 친환경차로 채운다는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물론 재차 불거진 미국 관세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약 410만대다. 이 가운데 친환경차는 93만대를 기록했다. HEV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61만1783대를 기록하며 전동화 성장세를 주도했다. 전기차(EV)는 26만9169대로 17% 늘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는 4만4124대로 21% 증가했다. 수소전기차(FCEV)는 7047대에 그쳤지만 증가율은 58%에 달했다. 전체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7% 늘며, 2030년 목표 달성 가능성을 가시권에 두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현재 연간 90만대 수준인 친환경차 판매량을 2030년까지 330만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체 판매에서 친환경차 비중을 현재 23% 수준에서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전동화 전환 속도가 더딘 일부 글로벌 시장을 고려하면 결코 낮지 않은 목표지만,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중심의 ‘현실적 전동화’ 전략으로 속도와 수익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최근 SNS를 통해 “시장 변동성과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동화 차량 판매가 글로벌 100만대에 근접했다”며 “2030년 목표를 향해 수익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한 신기술 개발도 진행형이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TMED-II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TMED-II는 변속기 내부에 두 개의 모터(P1·P2)를 통합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기존 대비 효율과 출력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TMED-II를 적용하며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기존 7개 차종에서 14개 차종으로 두 배 확대하고 있다.

먼저 오는 2028년까지 하이브리드 판매량을 133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당장 올해는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된다. 고급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를 통해 연비와 성능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전략도 보완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EREV는 전기 모터로 주행하되, 내연기관을 발전기로 활용해 주행거리를 대폭 늘린 방식이다. 현대차가 준비 중인 EREV의 총 주행 가능 거리는 600마일(약 966㎞) 이상으로 알려졌다. 충전 인프라와 주행거리 불안이 여전한 미국 시장을 겨냥한 ‘과도기형 해법’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전략은 관세 리스크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 관세가 강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는데, 하이브리드와 EREV는 전기차 대비 원가 부담이 낮고 소비자 수용성도 높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기아가 최근 일부 전기차 가격을 인하한 것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며 물량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전동화 기술 개발 원동력으로 30여 년에 걸친 HEV 기술 노하우를 꼽는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1991년 전기차 ‘쏘나타(Y2)’를 선보이며 친환경차 개발을 시작했다. 2009년에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통해 양산형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장에 내놨다. 당시 토요타의 기술 도입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 개발을 선택한 것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후 전기차, 수소차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35년에 걸친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555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전동화 전환 연착륙에 대한 자신감”이라며 “미국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모두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현대차가 전동화 전략을 통해 판매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관세 리스크를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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