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허허벌판서 꽃 피운 삼성 ‘아메리카 드림’…AI 날개 달고 재도약 [삼성 반도체 美 30년 ①]

1996년 ‘반도체 종주국’ 美 오스틴에 첫 발
삼성 반도체 첫 해외 생산기지, 올해 30주년
메모리로 시작, 2017년 파운드리 기지 변신
애플 아이폰 이미지센서 수주, 3월 생산 돌입
AI 호황·관세압박 격변 속 ‘테일러 시대’ 눈앞


1996년 3월28일 당시 미국 텍사스주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김광호(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윤우(오른쪽) 사장.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의 첫 미국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 오스틴 반도체(SAS)’ 법인이 이달 2일 출범 30주년을 맞는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가운데 인공지능(AI) 수요 폭발과 미국 행정부의 투자 압박이라는 대격변기 속 ‘삼성 오스틴 30돌’은 여느 때보다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두 번째 미국 생산기지인 테일러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이 착공 4년 만에 가동을 앞두고 있어 미국 현지 사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테슬라·애플·퀄컴·AMD 등 ‘스타 팹리스(설계전문 기업)’들이 즐비한 미국 본토에서 ‘테일러 시대’의 개막은 삼성 파운드리 부활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 역시 애리조나에 선제적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행하고 있어 양사의 ‘메이드 인 USA’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996년 美 진출 선언…삼성 반도체 첫 해외 생산시대


삼성전자가 1996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첫 반도체 생산기지를 짓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지난 1974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1996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반도체 생산시설 건립을 공식 발표하며 첫 해외 생산시대를 열었다.

‘반도체 종주국’이자 첨단 산업의 본 고장인 미국에 1호 생산기지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K-반도체 산업의 역사적인 순간으로 평가된다.

1980~90년대 당시 미국에는 이미 일본 반도체 기업(NEC·도시바·히타치제작소·후지쓰)들이 공장을 세우고 무섭게 투자를 늘려가는 중이었다.

IBM·애플·델 등 반도체를 사들이는 굴지의 IT 기업들이 밀집한 미국에 삼성전자도 뒤늦게 첫 발을 내딛으며 비로소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 첫 공장 부지로 오스틴의 허허벌판을 택한 것은 텍사스주 정부의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 등 적극적인 러브콜이 주효했다.

당시 텍사스 주지사였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삼성 총수 일가가 지금까지 돈독한 인연을 이어오는 것도 오스틴 공장 건립이 기폭제가 됐다.

메모리로 시작…2017년 파운드리 기지로 변신


2007년 6월 당시 윤종용(왼쪽 네 번째) 삼성전자 부회장과 황창규(오른쪽 두 번째) 삼성전자 사장, 릭 페리(왼쪽 세 번째) 미국 텍사스 주지사 등이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서 열린 12인치(300㎜) 웨이퍼 전용 생산라인 준공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1996년 1월 오스틴 공장 건립과 함께 발표한 13억달러 투자 계획은 당시 국내 기업의 단일 미국 투자 중 최대 규모였다. 이후 현재까지 총 180억달러 이상을 오스틴 공장에 투입했다.

1998년 1월 64Kb D램 메모리를 생산하며 본격적인 출발을 알린 오스틴 공장은 2007년 6월 12인치(300㎜) 웨이퍼 전용 두 번째 생산라인을 준공한다. 여기서 50나노급 16Gb(기가비트)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며 북미 시장의 전략적 생산거점으로 발돋움했다.

2010년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과 함께 오스틴 공장은 변화를 맞이한다. 36억달러를 들여 모바일용 시스템반도체(SoC) 생산라인 구축에 나서며 비메모리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초창기 애플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역시 오스틴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오스틴 공장은 2013년부터 28㎚(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AP 생산을 시작했다. 이어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14㎚ 공정을 도입했다. 2017년에 파운드리 체제로 완전히 전환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애플’ 손님맞이 분주…3월부터 이미지센서 생산 전망


지난 2016년 2월 미국 텍사스주 삼성 오스틴 반도체(SAS) 법인에서 열린 20주년 기념행사 모습. [SAS 페이스북]


지난해 4월 공개된 미국 컨설팅 기관 임팩트 데이터소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삼성 오스틴 공장이 텍사스 중부에서 창출한 경제 효과는 198억달러(약 28조원)에 달한다. 직간접 고용과 근로자 임금, 납세, 지역 자선활동, 인력개발 효과 등을 종합한 수치다.

오스틴 공장은 오는 3월부터 애플 아이폰에 탑재될 차세대 CMOS 이미지센서(CIS) 생산에 돌입한다.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18 시리즈에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CIS는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 이미지를 구현하는 반도체로,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일본 소니의 이미지센서를 고수했던 애플은 작년 8월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파트너로 택했다.

애플 이미지센서 수주는 그동안 대형 고객사 빈곤으로 부진을 거듭하던 삼성전자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에 단비가 됐다. 애플 수주와 맞물려 오스틴 공장 리모델링 작업도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약 19억달러를 투자해 오스틴 공장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도입하고, 노후시설을 현대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효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테일러로 향하는 ‘아메리카 드림’…TSMC와 정면승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시설. [삼성전자 제공]


오스틴에서 꽃을 피운 삼성전자 반도체의 ‘아메리카 드림’은 이제 테일러로 향한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테일러에 2022년부터 370억달러를 투입해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조성 중이다.

최근 사진을 보면 야외 중앙에 분수대가 설치됐고, 도로도 깔끔히 정비된 모습이다. 잔디 위에는 ‘Pride in Samsung(삼성의 자존심)’이라는 조형물이 세워졌고,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비롯해 텍사스주와 삼성 깃발이 게양됐다.

오스틴 공장이 성숙공정 기반의 생산거점이라면 테일러 신공장은 최선단 2나노 공정으로 TSMC와의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TSMC의 애리조나 1공장은 지난해 1월 4나노 기반의 칩 양산을 알렸고, 건설 중인 2공장은 3나노를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29일 실적 발표회에서 “테일러 공장은 계획대로 올해 적기 가동 목표로 구축 중”이라며 “테슬라 수주 이후 미국·중국 대형 고객사들과 활발히 과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구축한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 전경. 입구에 분수대가 설치됐고, 도로도 깔끔히 정비된 모습이다. 왼쪽 잔디광장에는 ‘Pride in Samsung(삼성의 자존심)’이라는 조형물도 세워졌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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