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상서 찾는 청소년의 욕망·자아·존재 ‘좋아요 없어도 좋아’

“사랑받고 싶은 아이들은 그렇게 가상세계를 헤맨다”

김소정 황다솜 박성은 이지혜 홍미선 청소년 소설집

진짜 같은 가짜가 우리를 대신할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해졌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얼마나 존재가치를 지키며 의미있게 살 수 있을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기성세대가 이럴진대 성숙 중인 자아 상태의 청소년들이야 말해 무엇할까. 청소년들에게 가상공간은 현실과 분리된 또 다른 세계가 아니다. 하루 중 디지털 관문을 통과하지 않는 시간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이 공간이 ‘나쁘다’라고 말해선 안 된다. 왜 청소년들이 그곳에서 벗어나기 어려운지를 질문해야 한다.

가상공간은 현실보다 자유롭다. 책임은 덜하고 제약도 적다. 현실에서는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아이들은 가상세계로 들어가 ‘나’를 내려놓고 가짜모습을 만들어 낸다.

소설집 ‘좋아요 없어도 좋아’(서해문집, 2026년 1월·표지)는 현실이 아닌 가상공간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갈등과 고민을 다룬다. 게임, 전자상거래,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다. 최근엔 생성형 AI와 노는 시간도 늘어났다.

이제 우리의 자아마저 가상화한 채 소통해야 하는 판국이다. 청소년들의 자아를 향한 고민과 방황은 더 넓어진다.

욕망도 그렇다. 아이들 역시 가상세계에 있기 때문에 욕망을 갖게 된 게 아니다. 욕망을 실현할 장소로 이 공간을 선택했을 뿐이다. 경쟁에서 이기고 싶어서, 무리에 속하고 싶어서,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서, 외롭지 않고 싶어서, 만나 보지 못한 가족을 알고 싶어서. 이 모든 마음은 결국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다는 연약한 욕망에서 시작된 것이다.

각 작가의 작품을 훑어보자.

황무지에 홀로 남겨진 루디는 외로웠다. 게임에 신이 존재한다면 신 역시 외로울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세계가 지루하고 심심해서 신은 뭔가 만들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지금 루디가 만들 수 있는 거라고는 불안뿐이었다.

-김소정 ‘뫼비우스의 띠-상대적 시공간’

이 계정은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나만의 공간이었다.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는 내가 만든 나만의 세상이었다. 할머니와 싸운 날에는 더더욱 이 계정만을 바라보며 지냈는데 결국 나의 조급한 마음이 소중한 공간을 망가뜨리고 말았다.

-황다솜 ‘나에게 찍히면’

지안은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엄마가 울며 소리치는 소리도, 경찰이 나긋나긋 사실을 묻는 소리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이상했다. 지안은 진짜 내가 잘못한 건가 생각했다. 사람을 죽이거나 물건을 훔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민서와 단둘이 있고 싶었다. 그래서 방해되는 주희를 치운 것뿐이었다. 지안은 뭐가 문제인지 몰라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박성은 ‘너의 모든 것’

내가 만들지도 않은 내 유튜브 활동이 시작됐다. 겨울방학이 거의 끝나 갈 무렵이었다. 나는 하루아침에 구독자 수가 10만명이 넘는 스타가 됐다. 신기해서 유튜브 영상들을 계속 들여다봤다. 딥러닝으로 내 얼굴을 학습한 AI가 이렇게 생생한 화면을 만들어 내다니. 화면 속의 노래하는 목소리, 춤추는 몸짓이 진짜 내 것 같았다. 인기도 관심도 내 것이었다. 특히 가족들의 관심이 몸소 느껴졌다. 동생에게만 향하던 스포트라이트가 내게 옮겨진 것을 확신했다.

-이지혜 ‘유의미한 존재’

아빠를 찾습니다. 지우의 새로운 중고거래 목차였다. 사진은 아빠가 엄마에게 준 마지막 선물인 무지개 샤프펜슬이었다. 그리고 설령 오르골 구매자가 아빠가 아닐지라도 아빠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할 것이라고, 그렇게 믿기로 했다. 새 중고거래를 올린 후 몇 분이 지났다. 지우의 핸드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홍미선 ‘수상한 중고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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