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추락 부르는 ‘버드 스트라이크’, 비전 AI 드론 띄워 막는다”…스타트업의 도전

스타트업 ‘흑자 주식회사’ 홍제형 대표 인터뷰
탑뷰 특화 비전 AI로 맹금류 자율 드론 구현
애드온 방식 채택해 비행 안전성과 기술력 확보
방산·항만 등 절박한 현장 혁신하는 피지컬 AI


지난 12월 ‘CBC KOREA 2025’에서 한국발명진흥회장상(은상)을 수상한 흑자 주식회사. [흑자 주식회사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1400억원에 달하는 제트기가 이착륙하는 찰나,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새 한 마리’는 조종사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공항의 해묵은 과제인 조류 충돌(Bird Strike)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헬기를 띄우고 총을 쏘아보지만, 영리한 새들은 금방 면역력을 갖춰 다시 돌아오기 일쑤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맹금류’의 형상에 실시간으로 새를 포착하는 비전 AI를 이식한 스타트업이 있다. 임베디드 AI 솔루션 스타트업 ‘흑자 주식회사’다.

흑자의 핵심 기술은 드론이나 로봇 등 하드웨어에 탑재되는 ‘온 디바이스(On-device) 비전 AI’다. 단순히 영상을 전송하는 수준을 넘어, 기기 자체가 실시간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한다.

홍제형 대표(38)는 “과거 HR SaaS ‘프루퍼’를 운영하며 성과를 정량화하려 했지만, 한국의 조직 문화적 한계로 사업화에는 실패했다”며 “그 경험을 통해 AI는 필요성보다 ‘절박함’이 큰 현장에서 먼저 작동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 절박함이 맞닿은 곳이 바로 방산과 항만이다. 특히 공항 활주로 주변의 조류를 쫓는 ‘맹금류 드론’은 흑자의 야심작이다. 고영훈 CTO(42)는 “드론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탑뷰(Top-view)’에서도 작은 새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도록 특화된 모델을 구축했다”며 “자율주행 차량처럼 광각과 망원 렌즈를 혼용해 먼 거리의 물체까지 정밀하게 추론하는 시스템을 고도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방산 드론이나 스마트항만 크레인은 오작동 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흑자는 인식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시차가 다른 여러 장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도입했다. 특히 NVIDIA TensorRT 기반의 모델 최적화로 저전력 엣지 디바이스에서도 지연 없는 실시간 처리를 구현했다.

물가의 오리를 인식하는 흑자의 비전 AI. 탑뷰에서도 작은 새를 정확히 식별한다. 최은지 기자.


무엇보다 큰 강점은 안전성이다. 고 CTO는 “항공기가 비행 안전에 적합한 상태를 유지하는지를 검증하는 ‘감항(Airworthiness)’ 절차는 매우 까다롭지만, 흑자의 비전 AI는 기존 구동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는 독립적인 ‘애드온(Add-on)’ 방식을 채택해 안전성을 보장하면서도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술력은 이미 산업 현장에서 증명됐다. 흑자는 가스 누출 부위를 시각화하는 기술로 지난 12월 ‘CBC KOREA 2025’에서 한국발명진흥회장상을 수상했다. 소음이 극심한 작업 환경 속에서도 초음파 카메라의 소리 데이터를 비전 AI로 정확히 식별해낸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홍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AX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정부의 실질적인 ‘현장 실증’ 지원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방산과 항만은 실패 비용이 커 스타트업 단독으로 실증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첫 사용자’가 되어 PoC(기술 실증)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지원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흑자의 시선은 이제 방산 환경에 특화된 비전 AI 판단 체계의 표준화와 고도화된 시뮬레이터 구축으로 향하고 있다. 홍 대표는 “우리나라의 국방 전략은 압도적 힘보다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능력을 갖추는 ‘독침 전략’”이라며 “흑자가 만드는 기술이 전쟁 자체를 망설이게 만들고, 국가 생존의 문제를 기술로 뒷받침하는 팀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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