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위기 골든타임 4년…주거·교육 해결 시급” [특별 인터뷰]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우리나라 인구 문제 굉장히 엄중한 상황
골든타임 지나면 어떤 정책도 효과 없어

정년연장·선별이민 등 중장기 정책 필요
지방인구 감소 지속되면 국가적 타격 심각
제일 중요한 것은 지역에 좋은 일자리 창출


이철희 서울대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굉장히 엄중한 상황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출생아 감소 속도와 고령화 속도가 굉장히 빨라요. 앞으로 4년 정도가 골든타임입니다.”

국내 대표 인구경제학자인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현재 한국의 인구 감소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그가 주장하는 ‘골든타임 4년’이 지나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말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지금의 인구 위기 대응을 위해선 사회적·경제적 구조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저출산 정책 일관성 부족…구조적 문제 해결 안 돼

그는 지난 정부들의 저출산 대응 정책에 대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괄목할 효과를 거두지도 못했다”고 일갈했다. 그는 “우선 재원을 충분히 많이 투입하지 않았다”면서 “어떤 정책이든 일관되게 추진해야 사람들의 기대가 달라지는데, 정부가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재정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짚었다. 그는 “(저출산 정책 목표가) 결혼해 있고 중산층 이상인 사람이 아이를 낳았을 때 비용을 줄여주는 데 치중을 했다”며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정책에서 배제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 결혼이 줄어서인데, 청년이 결혼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 주는 정책은 부족했다”면서 “결혼 부부 위주의 정책, 그중에서도 중상위층이 돼야만 실질적으로 혜택이 되는 정책이 많았다”고 했다.

출산 후 육아 비용이 계속 커지는 사회 구조도 문제다. 그는 “집값, 사교육 지출 등이 많아지는데, 교육 경쟁이나 불평등 같은 근원적인 요인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출산지원금, 육아휴직 지원, 보육 지원 등은 출산율을 올리는 데 효과가 어느 정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가 집중해야 할 정책으로 “고용과 주거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대는 비정규직 비율이 43%나 되는 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고 대기업들은 공채를 거의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년 고용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보니 젊은 세대들이 결혼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노동시장의 문제를 개선하면 혼인율이 올라갈 수 있고, 이는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주거·교육”

이 교수는 ‘주거’와 ‘교육’ 문제 역시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꼽았다.

그는 “집값이 올라가면 혼인율과 출산율이 떨어진다”며 정부에서 집값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대다수 청년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선 양질의 주택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많은 청년들이 집을 소유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서 “집을 사지 않는다 해도 그럭저럭 살 수 있고,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태까지는 대출을 (지원)해 주는 식(의 정책)이었는데 중상위층 청년, 좋은 직장을 가진 청년들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완화해 주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 개혁은 그동안 인구 정책 항목에서 빠져 있었지만, 인구 변화와 저출산 대응 모두에 중요한 과제다. 그는 최근 저서 ‘인구에서 인간으로’에서 “아이들이 인구를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교육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교육 경쟁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일 필요가 있는데 이번 국정과제에 많이 반영되진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구와 산업 기능 변화에 맞춰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대학 교육이 돌아가서는 인구 변화로 인해 생겨나는 노동 불균형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아울러 그는 “지금처럼 지역 불균형이 심해지고 학령기 아동이 줄면 지방의 학교가 다 무너지고 교육비 지출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교육 문제는 이번 정부 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중장기적 인구 대응 바람직…노동시장 유연화 필요

이 교수는 지난해 국정기획위원회에 참여해 인구 관련 국정 과제 수립을 지원했다. 그는 현 정부의 인구 정책이 단기적으로 출산율을 빨리 올리는 것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인구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번 정부에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인구전략위원회로 개편되고 위상과 기능이 강화됐다. 과거 청사진과 다른 점은 노동, 복지 관련 과제와 연계돼 있다는 점”이라며 “근로 시간을 줄이고, 노동 조건을 개선해 결혼하고 자녀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하는 내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 대응에 대해선 “통합돌봄이라 해서 노인들이 요양병원에 가는 게 아니라 자기 집에 있으면서 돌봄과 의료 서비스를 받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게 정착이 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노동시장에서도 고령자들이 좀 더 늦게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년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년 연장에 대해 그는 “20년이 지나면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가 되고 50년이 지나면 절반 정도 된다. 그런 상황에서 나이를 따져서 언제까지 (정해놓고) 일을 한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정년 연장으로 인한 효과가 산업별, 기업 규모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그의 관측이다. 그는 “추계를 해 보면 앞으로 인력이 많이 부족해지는 사회복지 서비스업, 운송업, 소매업 등의 분야에선 사실 정년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서 “때문에 정년이 늘어나도 정작 노동력이 많이 늘어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구 변화로 인력이 부족해지는 건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라며 “그런데 과거 정년 연장 사례를 보면 주로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고령자 고용이 늘어난다”고 했다.

일각에선 청년층의 일자리 감소 우려로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이 교수도 공감하며 “청년들이 많이 가려고 하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같은 경우는 인건비 자체가 암묵적으로 고정이 돼 있기 때문에 나이 든 분들을 더 오랫동안 일하게 하기 위해선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며 “신규 채용을 줄이고 아웃소싱을 하거나 자동화하는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청년들이 가려고 하는 좋은 일자리에서 고용이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선별적 이민 수용 필요…수도권-지방 불균형 해소해야

인구 감소에 대응코자 적극적인 이민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우리나라 인구 변화의 충격 전망을 봤을 때 대량 이민을 받을 필요는 없다”면서 “노동력 총량이 20~30년 내로 많이 부족해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문제는 미스매치다. 특정 업종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도 부족하고 앞으로도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주로 저임금 직종인데, 단기적으로는 그런 공백을 효과적 메꿀 수 있는 게 외국인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외국인 비중이 높아지면 내국인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외국인이 얼마나 들어오는지에 달려 있다”고 그는 말한다. 오히려 인구사회학적 연구를 보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그는 “보완성을 최대화하고 대체성을 줄이기 위해선 굉장히 잘 선별해 어떤 분야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얼마나 유치할지 과학적으로 따져서 외국인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년째 표류 중인 이민청 신설에 대해선 정책의 통합성과 효과성의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지금 (이민 정책)은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다. 외국인의 체류 자격을 결정하는 것은 법무부고 수급을 고민하는 것은 고용부인데, 부처가 다르기 때문에 손발이 안 맞을 수 있다”며 “점차 들어오는 외부 인력이 다양화하고 복잡해져서 칼로 자르듯 구분하기 어려울 텐데 외국인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조율, 조정할 수 있는 기구가 있으면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과 지방의 인구 불균형에 대해선 난제지만 지속될 경우 국가 전체에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했다. 지방이 붕괴하면 재정이 무너지고 중앙정부의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몇 개가 내려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기업들, 첨단 산업이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구 정책을 전담하는 부처나 기관이 없는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한국은 인구부가 없고 프랑스나 일본처럼 인구 연구소도 없다”며 “부처에 준하는 인구 거버넌스를 만들어서 인구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현경 기자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누구?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인구경제학자다. 그는 서울대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 인구경제학연구소 연구원, 뉴욕주립대(빙엄턴) 경제학과 조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 케임브리지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옥스퍼드대 연구교수,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 방문학자, 미국 국립보건원 연구 프로젝트 책임자, 미국 국가경제연구소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국내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자리위원회, 외국인정책위원회, 양성평등위원회, 국정기획위원회 등 정부 위원회 본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서울대에서 국가미래전략원 인구 클러스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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