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줄 몰랐다”…‘男연쇄사망’ 20대女 집에는 다량 약물, 결국 구속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약물이 든 음료로 남성 2명을 잇달아 사망하게 한 20대 여성 김모 씨가 구속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최기원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상해치사·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후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지난 9일까지 20대 남성 3명에게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2명을 사망하게 하고, 1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벤조디아제핀은 불면증과 불안장애 등 완화에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9일 오후 8시40분께 20대 중반 남성 A 씨와 함께 강북구 수유동의 한 모텔에 들어갔는데, 약 2시간 후에는 홀로 빠져나왔다.

A 씨는 이튿날 오후 6시께 객실 내 침대 위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시신에는 별다른 외상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는 맥주캔 등이 발견됐다.

모텔 관계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해 같은 날 오후 9시께 강북구 미아동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긴급 압수수색도 동시에 진행했다.

김 씨의 집에서 다량의 약물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약물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정밀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김 씨의 휴대전화도 확보해 포렌식에 들어갔다.

김 씨는 경찰 조사 중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숙취해소제에 타서 들고 다녔다”며 “모텔에서 (피해자와)의견 충돌이 생겨 피해자를 재우기 위해 숙취해소제를 건넸다. 죽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남성 2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12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


실제 이 약물은 김 씨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경찰의 연락을 받은 후에야 피해자들의 사망 건을 알게 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하순께 한 20대 남성에게 “김 씨가 건넨 음료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김 씨와 교제 중이던 지난해 12월14이 오후 11시30분께 경기 남양주시의 한 카페 주차장에서 김 씨가 준 ‘피로회복제’를 마시고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 씨는 지난달 28일 오후에도 20대 후반 남성 B 씨와 함께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모텔에 입실했다가 몇 시간 뒤 혼자 밖으로 나왔다. B 씨는 이튿날 오후 모텔 직원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투입 등 추가 수사로 김 씨에 대한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추가 피해 여부가 있는지도 면밀히 살필 방침이다.

앞서 김 씨는 이날 오전 9시54분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당시 김 씨는 ‘약물을 미리 준비했는가’, ‘살해 의도가 있었는가’, ‘추가로 약물을 건넨 사람이 있었는가’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무답으로 일관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있다”며 “유가족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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