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의 몰락, 그 뒤에 가려진 ‘끔직한’ 비극…“죽음 문턱까지 고작 30분” 그 날 무슨 일이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 )이 지난 2023년 12월 1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유씨는 2020년 9월∼2022년 3월 서울 일대 병원에서 181차례 의료용 프로포폴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바 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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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흔히 ‘우유 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유명 연예인 뿐만 아니라 일반에서도 불면증 등 의료 외의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맞는다. 특히 주사를 맞는 동안 반수면 상태에서 몽롱하거나 들뜬 기분, 마취에 깬 후에는 개운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쉽게 중독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23년 배우 유아인씨의 프로포폴 투약 등 문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수면 마취 등을 이유로 181차례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뿐만 아니라 배우 하정우, 이승연, 박시연, 가수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 방송인 에이미 등 대중에 친숙한 연예인들도 다수다.

프로포폴 투약자 중에는 돌연 사망한 경우도 적잖다. 미국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대표적이다. 프로포폴 특성상 저혈압과 호흡 억제 등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포폴은 진정요법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진정 약물 중 하나다.

진정 요법이란 의사가 진단이나 치료를 위해 검사 및 시술 등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불안, 공포, 통증 등을 경감시키기 위해 약물을 통해 이를 조절하는 의료행위다. 프로포폴은 효과 발현까지 1~2분, 지속 시간이 2~8분이다. 타 진정 약물에 비해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진정 요법을 사용할 경우에는 시술의 종류,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프로포폴의 경우에도 수술 및 진단 시 55세 이상 성인이나 허약 환자 등에 대해서는 용량과 투여 속도를 일반 성인보다 약 20~30% 감량한다.

이런 프로포폴 특성은 왕왕 소중한 사람을 앗아가는 이유가 된다. A 성형외과를 찾은 B씨도 그랬다.

일명 우유 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 [게티이미지뱅크]

 

‘죽음의 문턱’까지 고작 ‘30분’

지난 2019년 3월 19일 오후 2시30분, 가슴에 삽입한 이물질 제거를 위해 A 성형외과를 찾은 B씨가 수술실에 들어갔다.

오후 2시40분께 4㏄를 시작으로, 시간당 70㏄ 속도로 B씨에게 프로포폴이 투약됐다. 그리고 오후 3시4분부터 B씨 산소포화도가 저하됐다. 혈중 산소포화도(보통 95% 이상)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사망의 기로에 서게 됐다. 고작 ‘30분’만이다.

A 성형외과는 B씨를 C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심폐소생술에도 불구 B씨는 결국 사망했다.

유가족이 황망한 죽음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30분’ 만에 사선을 넘나들게 된 B씨를 바라보는 유가족은 분노했다. 유가족은 “프로포폴 투약 이전에 검사를 시행해야 했고, 이에 따라 수술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김태진)은 유가족 주장을 모두 물리쳤다. B씨의 사망과 의료행위 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유가족은 A 성형외과가 프로포폴 투약 전 B씨 상태에 맞는 검사를 시행해야 했다는 점 등을 지적했지만, 법원은 “A성형외과가 B씨에 대해 프로포폴을 투약했거나 수술한 데에 과실 혹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에 대해서도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국과수는 B씨 사망 원인에 대해 ▷마취 후 발생한 급성심장사 추정 ▷B씨 오른쪽 가슴에서 침윤성 유관암으로 추정되는 악성종양 확인 등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법원은 ▷급성심장사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침윤성 유관암이 B씨의 전신적 상태 저하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악성종양으로 인해 전신 상태 저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수술 전 기본 검사 외에 검사가 필요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외에도 B씨의 경도의 동맥경화, 악성종양 및 고령이 급성심장사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프로포폴 특성 더 파고들었어야”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 [법무법인 오킴스 제공]

유가족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했던 걸까. 돌이켜본다면, 어떤 대응이 아쉬웠을까. 조진석 오킴스 변호사는 프로포폴에 주목했다. 진정요법 중 하나인 프로포폴을 사용할 경우 용량, 투여 방법, 저혈압 및 호흡 저하 발생 가능성 등을 미리부터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과수 부검 결과와 프로포폴 간 사망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는 점 ▷수술 전 기본 검사가 실시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조 변호사는 “원고 측은 B씨에 대한 사전 검사 시행이 부적절했다고 주장했으나 통상적으로 필요한 사전평가 검사도 이뤄졌다”며 “급성심장사와 프로포폴 간 사망 인과관계도 명확하지 않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프로포폴의 경우 55세 이상 성인이나 허약 환자 등은 용량과 투여 속도를 통상적인 성인과 비교해 약 20~30% 감량하는 게 필요하다”며 “이는 프로포폴이 타 진정제에 비해 (환자) 억제가 현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사전 검사 시행 여부만으로는) 주장이 부적절하고, 오히려 연령, 부검 결과 등으로 볼 때 프로포폴 용량이나, 투여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며 “프로포폴 투여 용량의 적절성을 평가하고, 수술이나 진정에 따른 설명의무 위반 여부를 다투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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