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압박에 서울 매수자 우위 전환

매수우위지수 85.3, 올들어 최저
100 밑돌아 ‘매도자 많음’ 상황
양도세 중과 등에 매물 13% 증가
강남·한강벨트 넘어 외곽까지 확산


정부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하기 위해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주택시장에선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아지는 흐름이 포착됐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이재명 대통령의 다주택자 겨냥 발언으로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며 매수자 우위 흐름으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매도자가 많음을 나타내는 매수우위지수도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오는 5월 9일 전까지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19일 KB부동산 주간 통계에 따르면 2월 둘째 주(지난 9일 기준)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85.3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월 첫째 주 86.1에서 1월 넷째 주 99.3까지 3주 연속 상승했던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이 대통령의 다주택자 관련 발언이 본격화된 1월 말부터 내림세로 돌아섰다. 2월 첫째 주 94.9로 떨어진 매수우위지수는 지난주 90선 밑으로 내려갔다.

표본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집계하는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음을, 100 미만일수록 매도자가 많음을 뜻한다. 지난주 기준 ‘매도자많음’ 응답은 33.9%, ‘매수자많음’ 응답은 19.2%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밝힌 데 이어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 보유세 인상 등을 시사하자 다주택자 보유 매물의 시장 출회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최근 3주간 “버티는 것보다 파는 것이, 일찍 파는 것이 늦게 파는 것보다 유리할 것”, “다주택자들이 이 좋은 양도세 감면 기회를 버리고 버텨서 성공하는 건 망국적 부동산투기를 잡으려는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라고 언급하며 다주택자를 향한 처분 압박수위를 높여왔다.

그는 지난 16일 새벽에도 “집은 투자수단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거수단”이라며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큰 것은 분명한 만큼 국가정책으로 세제, 금융, 규제 등에서 다주택자들에게 부여한 부당한 특혜는 회수해야 할 뿐 아니라, 다주택 보유로 만들어진 사회문제에 대해 일정 정도 책임과 부담을 지우는 게 공정하고 상식에 부합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주택이 줄어들면 그만큼 무주택자 즉 임대 수요가 줄어드니 이 주장은 무리하고, 주택임대는 주거문제의 국가적 중대성과 공공성을 고려해 가급적 공공에서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부가 세 낀 매물을 단기간 내 처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한 보완책을 지난 12일 발표하며 매물 출회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 보완방안을 통해 다주택자 매물을 무주택자가 매수하는 경우 실거주 의무를 최대 2년 유예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줬다.

보완책까지 시행되며 실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207건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예고 전인 한 달 전(5만6259건) 대비 14.1% 늘었다. 특히 송파구는 같은 기간 3442건에서 4718건으로 37.0%, 성동구는 1225건에서 1656건으로 35.1% 급증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용산구와 한강벨트 지역(강동·광진·동작·마포·성동구) 중심으로 두드러졌던 매물 증가세는 관악구(1731건→1917건, 10.7%↑), 노원구(4543건→4966건, 9.3%↑), 성북구(1686건→1827건, 8.3%↑) 등 외곽 자치구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1월 초까지만 해도 물량이 많지 않아 매도자 우위 흐름이었다면 지금은 그때에 비해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다주택자들이 5월 전 급하게 팔아야 하는 매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매수 우위 시장임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시장이 분화되며 수요는 다각화되고 있다”며 “평균 가격대 13억~14억 수준의 아파트는 수요가 지속돼 실거래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강남권의 30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현금 여력을 갖춘 수요자들만 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신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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