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눈 폭탄”…유승은 울린 리비뇨, 경기 밀리고 순위 뒤집히는 ‘폭설 올림픽’[2026 동계올림픽]

예선 3위→결선 최하위, 하루 연기의 잔혹한 변수
하프파이프까지 줄줄이 연기…선수 리듬 붕괴 우려
최악 경우 취소 후 예선 성적 확정 가능성도

19일(현지 시각) 리비뇨 스노파크에 많은 눈이 내리며 쌓인 눈이 오륜기를 가리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이탈리아 알프스 산악지대 리비뇨에 다시 폭설이 쏟아지면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 일정이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미 한국 선수의 메달 도전을 좌절시킨 ‘눈 변수’가 반복되면서 대회가 사실상 ‘날씨와의 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19일(한국시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하프파이프 예선을 하루 연기해 20일 오전 10시30분에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 경기에는 한국의 이승훈과 문희성이 출전할 예정이었다.

같은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에어리얼 예선과 결선도 모두 20일로 미뤄졌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예선과 결선이 같은 날 오전과 오후에 연달아 열리는 강행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

17일(현지 시각)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설상 종목이 열리는 이탈리아 리비뇨에 폭설이 내리며 경기장을 정비 중인 모습. [게티이미지]

리비뇨의 날씨는 경기 운영 자체를 위협할 수준이다. 현지 기온은 영하 7도 안팎에 약한 눈이 계속 내리고 있으며 강수 확률은 60%를 넘는다. 고산지대 특성상 체감 온도와 시야 악화, 설질 변화까지 겹쳐 경기 조건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이번 폭설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7일에도 눈 폭풍으로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이 연기되면서 한국의 유승은이 멀티 메달에 도전할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유승은은 예선에서 76.8점을 기록하며 3위로 결선에 올라 기대를 모았지만 하루 연기 뒤 치러진 결선에서는 연기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며 12명 중 12위에 머물렀다. 일각에서는 경기 일정이 바뀌면서 컨디션과 리듬이 흔들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 시각) 스노보드 여자 슬로프스타일 결선이 연기되며 카메라 장비가 헝겊에 덮여 있다. [게티이미지]

설상 종목에서 하루 연기는 단순한 시간 지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선수들은 특정 시간대와 눈 상태에 맞춰 훈련 루틴을 조정해 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은 점프 타이밍·스피드 감각·장비 세팅까지 모두 흔들 수 있다. 특히 슬로프스타일이나 하프파이프처럼 한 번의 실수가 곧 탈락으로 이어지는 종목에서는 치명적인 변수다.

리비뇨 지역의 기상 상황이 계속 악화하면 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실제로 국제스키연맹(FIS)은 상황에 따라 경기를 추가 연기하거나, 최악의 경우 예선 성적으로 최종 순위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스키점프 남자 슈퍼팀 경기 역시 폭설로 3라운드 도중 조기 종료돼 2라운드 성적으로 순위가 정해진 사례가 있다.

이번 올림픽 설상 종목은 선수들의 기량뿐 아니라 날씨 운까지 요구하는 ‘생존 게임’이 되고 있다. 메달 경쟁의 승패가 설원 위가 아니라 하늘에서 결정되는 상황 속에서 남은 경기에서 또 어떤 변수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