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서 “골프코스도 창작물” 결론
“골프코스, 다양한 선택·배치·조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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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존의 한 스크린골프장 부스. [골프존 제공]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스크린골프에 사용되는 골프코스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으므로 개성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미국 골프코스 설계회사가 스크린골프 기업 골프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 재판의 핵심 쟁점은 골프코스의 창작성 인정 여부였다. 골프존 측은 “골프코스는 경기 규칙과 국제 기준, 지형적 제약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물에 불과하다”며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골프코스 설계사 측은 “골프코스는 설계자의 사상과 감정이 녹아든 창작물”이라고 반박했다.
대법원의 결론은 ‘창작성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골프코스를 설계할 땐 골프규칙 등이 고려되기 때문에 창작적인 표현이 제한될 수도 있긴 하다”면서도 “골프코스 설계자는 여러 구성요소를 다양하게 선택·배치·조합하는 방법으로 창조적 개성을 발휘해 골프코스를 설계할 수 있으므로 창작성이 일률적으로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용객은 각 상황에 따라 적절한 전략을 세워 코스를 공략하기도 한다”며 “코스의 변화를 느끼며 재미있게 골프를 즐길 뿐 아니라 인공적인 조경을 보여 코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골프코스 설계도면은 창작자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 기존의 골프코스 설계도면과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골프코스 설계회사들이 골프존을 상대로 “자신들의 허락 없이 스크린골프 영상을 사용했다”며 수백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골프존은 스크린골프에 사용할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하며 국내외 여러 골프장의 코스 실물 모습을 영상으로 재현했다. 골프존은 골프장 소유주와 이용협악을 체결했지만 골프코스 설계회사의 허가는 받지 않았다. 설계회사들은 이 점을 문제 삼으며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급심(1·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저작권 침해가 맞다며 골프코스 설계회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반대로 골프존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각 골프 코스의 설계 도면은 제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돼 있어 저작물에 해당한다”며 “이용자들이 코스를 공략하며 느끼는 재미와 난이도, 풍경 등을 고려해 코스를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페어웨이(공의 이상적인 경로), 러프(잔디가 우거진 영역), 그린(부드러운 잔디가 깔려 피팅을 하는 곳) 등의 형태나 배치에 있어 코스별로 구별되는 특색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골프존은 실제 골프장과 유사한 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스스로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며 “실제 골프장을 방문하는 것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골프코스에 창작성이 없다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골프코스는 골프 경기 규칙에 적합한 규격을 갖춰야 한다”며 “산이 많은 한국 지형의 특성상 골프코스 설계에 창작성이 드러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골프코스는 플레이하는 순서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며 “골프코스의 형태, 배치, 조합은 이러한 경기 방식에 적합하도록 이뤄지므로 경기규칙과 규칙, 국제적 기준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엇갈린 하급심 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단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같은 날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도 유사한 쟁점의 골프코스 저작권 침해 사건 상고심에서 국내 골프코스 설계회사 측 승소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에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골프코스 설계자가 일정한 설계 의도에 따라 다른 골프코스와 구별되도록 창조적 개성을 발휘해 여러 구성요소를 다양하게 선택·배치·조합했다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하거나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창작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