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AI와 노동시장의 조화


인공지능 기술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동시에, 기존의 일자리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막연한 미래의 시나리오로 여겨졌던 일자리 감소 문제는 이제 사무직과 전문직을 가리지 않고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은행과 OECD의 분석에 따르면, 고숙련·고소득 노동자일수록 AI 노출 지수가 높으며 이는 과거 산업용 로봇이 저숙련 육체노동을 대체했던 양상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띤다.

AI가 노동력을 대체한다는 공포는 강력하지만, 동시에 기술은 인간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강력한 도구다. 2026년 현재, 성공적인 기업들은 AI를 직원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료 현장에서 AI는 방대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암세포를 찾아내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복합적인 병력을 고려해 최종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은 여전히 인간 의사의 몫이다.

AI 시대, 우리 노동시장은 AI를 통한 기업의 혁신과 창의적인 인재의 육성, 안정적 일자리를 통한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모두 달성하기 위한 해법의 모색이 최대 과제로 주어진 것이다.

노동시장의 조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이제 평생직장도, 한 번 배운 기술로 은퇴까지 버티는 시대도 끝났다. 아마존이나 월마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수조원을 들여 직원들의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에 투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부는 근로자가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경력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기업 역시 단순히 인력을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교육과 전환배치를 통해 내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연공에 따른 일률적인 임금체계는 AI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어렵다. 현행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직무ㆍ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근로시간 제도도 획일적 규제를 지양하고, 업무 특성과 산업별 여건을 반영해 유연하게 운영되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적 안전망 구축 역시 중요한 과제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제도의 속도를 추월할 때 사회적 진통은 발생한다. 기술 변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일자리 이동 과정에서 소득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실업급여, 직업훈련 지원, 전직 지원 서비스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근로자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사 간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축이 필요하다. 채용, 인사평가, 근태관리 등 인사관리 영역에서 AI가 활용될 경우,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투명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이는 기술이 효율성 향상 수단이 아니라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노사 간의 협력 체계를 통해 근로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기술 수용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AI와 노동시장의 조화는 ‘인간 중심의 AI’ 철학에서 시작된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존재하며, 노동은 단순히 생계 수단을 넘어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발전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 발전이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되도록 설계하는 사회적 지혜이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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