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보상 2021~2025년 33조…‘보상받아 투자’ 제동 걸리나

李대통령 투기용 농지 매각 명령 지시
3기신도시로 2022년에만 보상금 10조
보상금 노린 농지 투자행위 차단 전망
땅값하락 우려에 ‘랜드푸어’ 농민 시름



#. 경기도 용인시에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고령 농민인 A씨는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대한 보상 협의 통지서를 받았다. 일반 농지를 중심으로 땅을 보유하고 있는 A씨는 현금보상과 납세가 마무리되면 자신이 살 집 한 채와 생활비 일부만 남겨두고 투자처를 찾을 생각이다. 농지를 모두 넘기고 나면 고정 수입을 얻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만 농지 보유)’ 원칙을 꺼내들며 투기용 농지에 대한 매각 명령을 지시한 가운데 최근 5년간 국가가 공공용지 취득을 통해 보상한 농지 보상금액이 33조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엔 농지 보상만 10조 넘겨…투기·투자 수단 되기도=27일 본지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공공용지 취득실적’ 중 임야와 대지를 제외한 농지(전·답·과수원)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21~2025) 국가가 지급한 농지 보상금은 총 33조123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8조3888억원이었던 농지 보상금은 2022년 10조1183억원까지 급증했다. 3기 신도시 사업 에 속도가 붙으며 수도권 외곽의 논·밭·과수원에 대한 토지 보상이 이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 뒤 2023년 8조5437억원, 2024년 5조4105억원 수준을 이어갔다. 지난해는 농지 보상금이 6619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해당 수치는 아직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집계가 반영되지 않은 탓에 추후 더 증가할 예정이다.

토지보상은 국가 및 지자체가 신도시를 만들거나 산업단지를 조성할 때 사업 부지에 포함된 땅을 토지주로부터 사 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시행자, 토지소유자 등이 추천한 복수의 감정평가사가 토지의 가치를 매기고 보상을 협의한다. 협의 보상 금액에 대해 ‘이의 신청’을 제기하면 지방토지수용위원회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등의 심사를 통해 다툴 수 있는 불복 절차도 마련돼 있다.

간혹 보유 농지의 평수에 따라 보상 금액은 수백억원까지 올릴 수 있어, 투자 혹은 투기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2021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농지를 공유지분 형태로 매입한 뒤 개발 호재를 틈타 되파는 등 투기 의혹이 발각돼 논란이 됐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농업진흥지역에서 도시민이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지 못하게 했고, 투기 우려 지역에서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으려면 농지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농지 취득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李 매각명령 지시…‘땅값 더 떨어지면 어쩌나’ 농민 우려도=연일 부동산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는 이 대통령이 이번에는 ‘투기용 농지’를 지목하며 전수조사를 지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우리나라 농지 관리가 너무 엉망이다.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돼 버리지 않았느냐”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대규모로 전수조사를 해서 농사를 짓는다고 사서 방치한 농지에는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23일에는 자신의 X(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농지 매각명령 대상은 상속받은 농지나 농사를 짓다 노령 등으로 불가피하게 묵히는 농지 등을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투기목적으로 직접 농사짓겠다고 영농계획서 내고 농지를 취득하고도, 구입 후 묵히거나 임대하는 농지를 말하는 것”이라고 구체화했다. 그러면서 “농사짓겠다고 속이고 농지를 취득한 후 농사를 안 지으면, 경자유전의 헌법 원칙을 존중해 법에 따라 처분하게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보상금을 노리고 농지를 사들이는 투자 행위를 전면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행 농지법상 농지 소유자가 해당 토지를 농업용으로 이용하지 않을 경우 1년 이내에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한 내 처분하지 않으면 시장·군수·구청장이 6개월 이내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이 대통령이 농지 소유 실태조사와 필요 시 강제매각 명령 검토를 지시하면서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가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국무회의에서 “산골짜기에 버려지다시피 한 땅도 너무 비싸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더라. 심하게는 (평당) 20만∼30만원까지 나간다고 한다”며 “귀농 비용을 줄여야 하며, 그러려면 근본적으로 땅값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의 과도한 조치로 농지의 땅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은 물론 일부 수도권에서도 최근 하락한 농지값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랜드푸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지가변동률에 따르면 제주 지역의 지가변동률은 27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남의 지가상승률 역시 지난 8월까지 4개월 연속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다 지난 10월 겨우 상승전환했다. 홍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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