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범죄 형량 범위 최대치 상향해야”…양형기준 공청회[세상&]

대법 양형위 양형기준안에 관한 공청회
자금세탁범죄, 증권·금융범죄 등 대상
양형위, 3월 30일 최종 양형기준안 의결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동원 전 대법관)가 27일 개최한 ‘양형기준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자금세탁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형량 범위의 최대치를 상향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범죄 유인을 억제·근절하기 위해선 엄중한 처벌이 필수적이라는 취지에서다.

김혁진 경찰청 범죄수익추적수사계장은 이날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범죄 유인을 억제하고 궁극적으로는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자금세탁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수적이므로, 양형기준의 형량 범위의 최대치를 상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날 공청회는 자금세탁범죄, 증권·금융범죄, 사행성·게임물범죄 양형기준안을 대상으로 각계 전문가 및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해 열렸다.

자금세탁범죄 양형기준에 대해선 형벌적 효과를 고려해 몰수·추징의 내용을 반영하거나 권고 형량범위의 최대치를 상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종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금세탁범죄의 특성상 양형기준이 행위에 대한 책임보다는 예방적 성격이 강조될 수 있다”며 “별도의 양형기준이 설정됨에 따라 전제범죄(자금세탁범죄의 원 인이 되는 보이스피싱, 마약 거래 등의 기본범죄)에 더해 추가적인 엄벌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금세탁범죄 에 대한 제재로서 주형보다 몰수·추징의 형벌적 효과가 더 큰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양형기준에 몰수·추징의 내용을 반영하거나, 그에 관하여 별도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사 출신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자금세탁범죄에서 핵심적 불법요소인 ‘범죄로 인한 이득액 또는 범죄수익등’을 추상적인 가중요소로만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구체화, 세분화, 차별화함으로써 규모에 비례하는 형벌 부과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범죄로 인한 이득액 또는 범죄수익등의 규모가 매우 큰 경우’, ‘진지한 반성’과 같은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정의 규정의 모호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증권·금융범죄와 사행성·게임물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논의도 다뤄졌다.

김유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증권·금융범죄 양형기준과 관련해 “비난가능성은 높은데 이득액회피 손실액에 대한 산정이 어려워 책임에 부합하는 형사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의 경우 현재 5개의 소유형 외에 ‘이득액회피 손실액의 산정이 불가능하거나 공소사실에 이득액회피 손실액에 대한 구체적 기재가 없는 경우’ 등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최소한 그에 대해선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음을 명시할 필요는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재평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의 유형결정 기준이 금액에 과도하게 종속되면, 실질적 해악(시장충격 여부나 투자자 피해의 정도)의 반영이 약화되고 다툼은 오히려 증폭될 수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강련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증권·금융범죄 양형기준 관련 권고 형량범위에 대해 “자본시장 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더라도 형벌 체계 전반의 균형이 무너지면 오히려 양형기준의 설득력이 약화될 수 있는데, 횡령·배임·조세범죄 등 유사한 경제범죄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행성·게임물범죄와 관련해선 이용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특별감경인자로서 ‘내부고발’을 엄격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특별가중인자 중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수 미성년자가 이용하게 한 경우’와 관련해 범행이 명시적으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경우는 물론 그 대상을 성년에 한정하지 않은 경우 모두를 특별가중인자로 정해야 양형기준 정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경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규모 범죄수익 환수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를 별도의 특별감경인자로 인정하거나 ‘일반적 수사협조’라는 일반감경인자의 정의규정에 ‘대규모 범죄수익 환수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를 명시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며 “청소년도박 실태조사의 심각성 등을 고려할 때 ‘상당수 미성년자가 이용한 경우’를 일반가중인자로 인정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허정숙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불법사행산업감시신고센터장은 “실무상 다수의 총판 및 하부조직 구성원들은 여전히 ‘이용자’로 처벌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해선 조직성이나 역할 분담 등 양형기준상 가중요소를 적용한 처벌이 필요하므로 실질적인 차등화를 위해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형위원회는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검토한 후 관계기관 의견조회 및 행정예고 절차를 거쳐 오는 3월 30일 제144차 전체회의에서 최종 양형기준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사 재판에서 형량 및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다. 원칙적으로 구속력은 없지만 법관이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경우 판결문에 양형이유를 적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 사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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