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전화, 이란과는 군사협력…푸틴의 ‘양다리 외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알래스카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 만나 회담했던 당시의 모습. 푸틴 대통령은 이란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9일(현지시간) 통화하고 중재 의지를 전했다.[로이터]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활발한 ‘양다리 외교’로 국제 사회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에는 이란과의 전쟁에서 종전안을 제시하며 중재 역할을 하는 한편, 우방국인 이란에는 미국 전함의 위치 등을 알려주며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현란한 외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에 협력한다는 정황이 잇달아 나오는데도 그를 감쌌다. 급등하는 유가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이 러시아 원유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안을 검토하면서 러시아는 이번 이란 전쟁에서 사실상 승전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9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1시간 넘게 통화하면서 이란 전쟁의 신속한 종식을 위한 자신의 제안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란 전쟁에 대한 논의를 주고 받은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국제 유가 시장과 관련한 베네수엘라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종식 시키길 바란다는 의사를 푸틴에게 전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통화에 대한 브리핑을 하면서 “러시아군은 신속히 (우크라이나에) 진격중이고,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응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중재하겠다는 미국이 피해를 입은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에 협상 지연 책임을 묻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푸틴은 트럼프를 노련하게 다루며 다시 한 번 그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7월 이란 테헤란을 찾아 당시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회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가 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러시아와 이란 간 협력이 계속될 것이라 밝혔다.[AP]


푸틴은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과는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등 우방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대를 이어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것을 축하하며 미국이 부정하고 있는 그의 최고지도자 등극을 인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호세이니 하메네이가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이란이 무력 침략을 맞닥뜨린 시기에 이같은 높은 직책을 수행하려면 큰 용기와 헌신이 필요하다. 당신이 아버지의 업적을 훌륭하게 계승하고, 어려운 시련 속에서 이란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흔들림없는 지지와, 이란 친구들에 대한 연대를 재확인한다”며 “러시아는 과거에도 그랬듯 앞으로도 이슬람공화국의 든든한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이란에 군사 지원도 하고 있다. 앞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은 미국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중동 내 미군 군함, 항공기, 지휘 시설의 위치 정보를 이란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도 부인하지 않는 내용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란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은 새로운 일이 아니고 비밀도 아니다”라며 “러시아는 많은 다른 경로로 우리를 돕고 있지만 상세한 정보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란과의 협력을 놓지 않는 러시아의 태도에도 푸틴의 능수능란한 ‘양다리 외교’ 덕분인지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러시아의 이란 지원에 대한 질문에 “그런 징후는 보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오히려 이란전 여파로 유가가 예상보다도 큰 폭으로 급등하자, 대안으로 러시아 원유 제재 해제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플로리다주 도랄 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일부 국가에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호르무즈)해협이 정상화될 때까지 해당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책임을 묻고 종전을 압박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가했던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이 역시 푸틴이 펼친 ‘양다리 외교’의 성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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