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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칼(정보라 지음, 래빗홀)=소설가 정보라의 두 번째 장편 소설 ‘붉은 칼’의 전면 개정판이 출간됐다. 1600년대 청나라의 요청으로 조선인 총포수가 파견돼 러시아를 공격하고 승리한 ‘나선정벌’을 모티프로 한 SF(Science Fiction)다. 개정판은 2019년 처음 출간된 소설의 주요 서사를 유지하면서도, 세계관과 인물의 전사를 소개하는 챕터의 일부 내용을 추가했다.
주인공 ‘그녀’는 자유를 위해 제국의 전쟁에 투입된 포로 용병 중 한명이다. 그는 미지의 행성에서 ‘붉은 칼’을 들고 제국들이 말하는 ‘괴물’, 하얀 외계 종족과 싸운다. 총과 레이저빔이 부딪히는 고도의 기술 전쟁에서 포로들은 최선의 저항으로 작은 승리를 이뤄낸다. 주인공과 병사들이 칼을 들게 하는 것은 전쟁 영웅과 같은 명예나 애국 같은 것이 아니다. 이들은 오직 살기 위해, 그리고 곁에 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며 필사의 여정을 이어간다.
강한 생존 의지와 자유에 대한 희망, 동료애로 점철된 전투를 통해 전쟁의 부조리는 더욱 선명하게 부각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이 맞서고 있는 ‘괴물’과 포로 용병에 대한 비밀에 다가가고, 진짜 자유와 해방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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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 파워(마이클 앨버터스 지음·노승영 옮김, 인플루엔셜)=과거에 ‘토지’라는 물리적 기반은 인간 사회에서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미국 정치학자인 저자는 토지의 소유가 일부 분야에만 영향을 끼치기보다 궁극적으로 사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토지가 번영을 안겨줄 잠재력일 뿐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 빈곤, 성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이뤄진 토지 소유 구조의 대재편, 즉 토지개혁의 내용에 따라 각 국가의 정치·사회적 구조가 달라졌다.
토지 소유권이 집중된 미국, 캐나다, 인도 등에선 인종적·계급적 구조가 고착화된 반면 소유권이 널리 분할된 한국, 일본, 대만 등은 도시화가 촉진되고 민주주의가 정착했다. 저자는 토지가 구조적 불평등을 만들어낸 장본인인 만큼 권리 회복과 사회 재구성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권력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땅’이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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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번은 벽돌책(장강명 지음, 글항아리)=벽돌책을 마주하게 되면 두께에 압도돼 읽기도 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벽돌책 완독은 다른 행위로 대체하기 어려운, 독자의 사고 체계에 가해지는 일종의 충격”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여러 해에 걸쳐 읽은 벽돌책 100권을 소개하면서 수평과 수직으로 교차하는 사고의 폭발 과정을 공유한다
벽돌책을 읽는 데에는 절대적인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고, 이는 형이상학적 세계의 구축으로 이어진다. 물질이 정신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벽돌책들은 어휘나 이야기의 구조, 논리나 해석의 다면성, 이야기의 중층성, 주제에 대한 통달성, 견고한 연속성으로 대체 불가의 깊은 독서를 경험케 한다. ‘종합건설지성’을 키워주는 책은 벽돌책일 확률이 높고, 200쪽짜리 책 네 권보다 800쪽짜리 책 한 권이 사유의 토양을 넓혀줄 수 있다. 긴 독서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지적 근육이 자라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