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단기간 늘리는 건 불가능
D램 가격 안정화 위해 최선 다해”
“美 ADR 상장, 더 글로벌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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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슨 황(가운데) 엔비디아 CEO가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개막한 엔비디아 GTC 2026의 SK하이닉스 부스에 방문, 최태원(오른쪽 두번째) SK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SK하이닉스 제품에 친필 서명을 하고 있다. 황 CEO는 이 제품 위에 ‘JENSEN ♡ SKHYNIX’라고 적었다. [로이터]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칩플레이션 현상을 우려하며 “가격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SK하이닉스가) D램 가격 안정화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보다 장기 메모리 공급계약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국 ADR(주식예탁증서) 상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16일(현지시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개막한 엔비디아 GTC 2026에 참가해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AI 때문에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많아졌는데, HBM을 만들려면 웨이퍼를 많이 써야한다. 공급 부족 문제는 웨이퍼 부족에서 비롯된다”며 “더 많은 웨이퍼를 확보하려면 최소 4~5년이 걸리는데, 2030년까지 전세계 웨이퍼 공급 부족은 20%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력, 공사 인허가, 용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웨이퍼를 단기간에 갑자기 늘리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소 2~3년은 내다봐야 한다. 공급 부족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가) D램 가격 안정화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곧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현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전 산업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 ‘칩플레이션(Chipflation)’ 현상에 대해 “AI에는 가속기가 많이 필요하고, GPU가 필요하고, GPU에는 HBM이 필수”라며 수요가 폭발적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HBM에 너무 집중하면 일반 D램이 부족해져서 스마트폰·PC 등 기존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이 또 다른 고통이며 AI 기업뿐 아니라 일반 개인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고 충분히 공급하려 하지만 물리적인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수요 충격이 매우 강하게 온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메모리 공급사가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며 앞으로 가격 결정권까지 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 회장은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AI 시대 ‘메모리’가 컴퓨팅 성능을 결정할 핵심 요소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미국 AI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 “새로운 컴퓨팅 시스템을 찾고 있으며, 저희 메모리 강점을 활용하려고 한다”며 “현재 메모리 칩은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어, AI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컴퓨팅 머신으로 보면 메모리가 병목이고 대역폭이 핵심이다. 이를 해결할 새로운 기술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공장 설립 계획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최 회장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대만이든, 싱가포르든, 미국이든 어디를 가든 전력과 용수 확보가 어렵다. 그린필드 방식(부지를 직접 매입해 처음부터 새로 건설하는 방식)으로는 5~7년이 소요된다”며 “한국은 이미 기반이 잡혀 있어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한국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생산확대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보조금 뿐 아니라 에너지, 용수,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 일본의 에너지 상황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조건이 맞다면 후보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해외 공장 건설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또한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에 에너지 설루션이 필수라는 점, 이란 전쟁 등으로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아울러 SK하이닉스의 미국 ADR(주식예탁증서) 상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며 “한국 주주들뿐만 아니라 미국 및 글로벌 주주들에게 노출될 수 있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기 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GTC 2026’ 기조연설 현장을 찾았다. 양 옆에는 제프 피셔 엔비디아 수석부사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가 앉았다.
가벼운 브라운 재킷에 노타이 차림의 최 회장은 행사 시작 15분 전 입장해 제프 피셔 수석부사장과 악수를 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피셔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5일 최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이른바 ‘실리콘밸리 치맥 회동’에도 배석한 인물로 엔비디아의 2인자급으로 분류된다.
최 회장은 황 CEO의 기조연설 시작을 기다리며 곽 사장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밖에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AI 인프라 담당), 이상락 SK하이닉스 글로벌세일즈 담당도 같은 줄에 나란히 자리했다.
최 회장은 황 CEO가 무대에 오르자 관중들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이후 대형 스크린에 소개되는 발표 자료들을 유심히 지켜보며 황 CEO의 기조연설에 집중했다. 최 회장의 GTC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비디아가 실리콘밸리에서 단독 주관하는 기술 콘퍼런스에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직접 참석한 것은 전례가 없어 현장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최 회장은 이번 GTC 참석을 계기로 젠슨 황 CEO와 별도 회동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는 곽 사장 등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임원진들도 배석할 전망이다. 최 회장과 황 CEO의 만남은 지난달 5일 실리콘밸리 치맥 회동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당시 이 자리에는 김주선 사장, 류성수 SK하이닉스아메리카 대표 등 경영진도 동석한 바 있다.
한 달 만에 이뤄진 양사 회동에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슈퍼칩 ‘베라 루빈’에 들어갈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비롯해 여러 개의 저전력 D램(LPDDR)을 묶은 모듈 제품 소캠2(SOCAMM2), 그래픽용 D램(GDDR7), 기업용 스토리지(eSSD) 등 AI 메모리 전반에 걸쳐 양사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조연설 객석에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모습도 보였다. 허 회장은 지난 2020년 취임 이후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사 GS퓨처스를 설립하는 등 최신 AI 기술 동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출장 기간에도 미국 현지 기술 트렌드를 직접 점검하고, 글로벌 빅테크·스타트업 관계자들과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너제이=박지영·김현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