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보험사 대부분 “검토 중”·“미정” 등 온도차
기존 업무 중복·사외이사 인력 부족 등 구조적 한계
금감원 “이행 점검 지속…미흡 사례 실태평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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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 발표 이후 은행에 이어 지주 계열 보험사들도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 신설에 나서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금융당국이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 구성을 권고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보험업권에서는 금융지주 계열 일부만 실행 계획이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대형 보험사는 기존 내부통제 체계와의 중복, 전문 인력 부족 등 애로사항이 적지 않아 업권 전반으로의 이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 동양생명은 오는 23일 정기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이달 내 이사회 내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이하 소보위)를 신설한다.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도 다음 주 주총을 통해 소보위 신설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ABL생명도 신설 방침을 세웠으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에 따른 것이다. 모범관행은 금융회사가 지향해야 할 소비자보호 체계를 제시한 것으로,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 소위원회 구성과 소비자보호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선임 등을 권고하고 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 반영되는 만큼 사실상의 이행 압력으로 작용한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소보위 신설을 이달 중 마무리하기로 하면서, 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그 뒤를 따르는 형국이다.
다만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현대해상 등은 설치를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에서도 실행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실행 계획을 잡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를 여럿 든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기존 체계와의 중복이다. 보험사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감독규정에 따라 대표이사가 주재하는 내부통제위원회(이하 내통위)를 이미 운영 중이다. 이 위원회에서 소비자보호 안건을 심의·의결하고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구조가 갖춰져 있는데,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또 만들면 유사한 안건을 이중으로 다루게 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통위에서도 다루고, 소보위에서도 또 다루면 위원회 운영이 중복되고, 효율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화재(3명)와 DB손보(2명)를 비롯해 삼성생명·교보생명·현대해상 등은 소비자보호 관련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를 이미 선임해 둔 상태다. DB손보의 경우 반기 1회 권고사항인 내통위를 연 4회로 확대 운영하며, 최고 소비자보호 책임자(CCO) 주관 목표관리 평가를 더욱 강화했다. 한화생명은 이사회 내 소위원회 대신 변호사, 교수, 계리사, 의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독립 자문위원회를 상반기 중 발족할 계획이다. 사외이사 선임에 필요한 주총 결의나 정관 변경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객관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실무적인 대안을 확보하려는 시도다.
안건 특성의 차이도 거론된다. 은행은 설명의무나 판매 과정 위주로 쟁점이 비교적 정형화돼 있지만, 보험은 가입자의 질병, 과거력, 보험금 산정 등 사례별 판단이 필요해 위원회 단위로 일률적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보호 전문성을 갖춘 보험 전문가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보험은 계리, 의학, 지급관행 등 고유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를 이해하면서 객관적으로 조언할 수 있는 사외이사 후보 자체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원회 신설에 따른 ▷주총 결의 ▷정관 변경 ▷사무국 구성 ▷공시 관리 등 뒤따르는 운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실무에 밝으면서 독립적으로 조언할 수 있는 인물을 모든 보험사가 서로 다르게 구성하려면 인력 풀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지난 9일 원장 직속 최상위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실태평가 주기를 기존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감독 수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만큼, 보험업권의 대응도 앞으로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범관행은 발표하고 끝이 아니라 이행 현황을 수시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우수 사례는 전파·공유하고, 미흡한 부분은 실태평가에서 변별력 있게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권별로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 충분히 의견을 듣고 제도를 보완·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