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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최고위 인사와 협상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이란 측 협상 창구로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부상하고 있다. 동시에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도 “미국과 직접 협상은 없다”면서도 중재 채널을 통한 접촉을 인정해, 이란이 강경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미국과의 물밑 협상으로 종전을 이룰지 주목된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실질적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은 갈리바프 의장의 실용주의적인 면모를 그 근거로 들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갈리바프 의장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공군 사령관과 테헤란 시장을 지낸 인물이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그는 대표적인 강경파로 평가된다. 동시에 그는 테헤란 시장 재임 시 도시 현대화를 주도한 실무형 정치인이기도 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누비며 대중적 이미지를 구축했고, 고속도로와 지하철망 확충을 이끌었다. 2008년에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친기업적 이미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갈리바프가 미국이 협상 상대로 고려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라고 본다. 강경 발언과 달리 일정 수준의 실용성을 보여왔고, 체제 내부 정통성도 갖추고 있어 협상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시나 아조디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갈리바프는 ‘강한 지도자’를 지향하는 인물로, 강경파이면서도 실용적 성향을 함께 지니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잠재적 합의를 이끌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인물”이라고 말했다.
공개적으로는 갈리바프가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 국민은 침략자에 대한 완전하고 굴욕적인 처벌을 요구한다”며 “미국과의 협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가짜뉴스는 금융 및 석유 시장을 조작하려는 것”이라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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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 [로이터] |
이란 외교라인의 핵심인 아라그치 외무장관 역시 공식적으로는 협상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이란 국영TV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 진행 중인 대화는 전혀 없다”며 “중재자를 통해 메시지가 전달되고는 있지만, 이는 협상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미국의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간접적인 접촉은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라그치는 이란 핵협상 수석 협상가 출신으로, 전쟁 이후 대외 메시지를 총괄하는 핵심 인물이다. 그의 실질적 권한을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분쟁해결에 특화된 비정부기구(NGO) 크라이시스그룹의 알리 바에즈는 “아라그치는 조율 능력은 뛰어나지만 강력한 정치적 기반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란 내부에서는 미국에 대한 불신도 여전히 크다. 지난해 있었던 ‘12일 전쟁’과 올해 충돌 모두 핵 협상 논의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협상도 공격을 위한 연막작전일 수 있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이에 미국도 이란측 입장을 고려해 판을 짜는 등 협상 동력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악시오스는 백악관이 이란 측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진지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이를 보증하기 위해 JD 밴스 부통령의 협상 참여 가능성도 거론했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해외 군사 개입 반대론자로, 이란 측도 비공식 채널을 통해 그와의 협상을 선호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분쟁, 러·우 전쟁 등 미국의 기존 협상은 모두 중동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담당했지만 이 둘에 대한 이란측 불신이 깊어, 카운터파트를 이란이 선호하는 인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제재 완화, 핵 프로그램 해체, 미사일 제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을 포함한 15개 항목의 종전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란은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고 자체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란 국영TV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쟁은 이란이 결정하는 시점과 조건에 따라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이 내세운 5개 조건에는 ▷전투 중단 ▷고위 인사 암살 중단 ▷추가 전쟁 금지 보장 ▷전쟁 피해 배상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유지 등이 포함됐다.
강경 발언과 제한적 대화 신호가 동시에 나오면서, 양측이 공개적으로는 거리를 두면서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접촉을 이어가는 ‘투트랙 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