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폭증한 ASF…범인은 야생 멧돼지 아닌 ‘도축장 유래 사료’?

18일 전문가 간담회서 제기…혈장단백 사료 유통 구조 주목
“과학적 검증 필요” vs “방역 패러다임 전환 불가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감염 매개체가 기존에 알려진 ‘야생 멧돼지’가 아닌 ‘도축장 유래 사료’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방역 체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18일 열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추이 및 방역 대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 같은 분석이 나왔다.

이날 발제에 나선 박혁 한국돼지수의사회 정책부회장은 “2026년 ASF는 전국 단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기존 전파 모델만으로는 확산 양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도축장 유래 혈장단백 사료가 감염 확산의 주요 매개체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혈장단백 사료는 도축장에서 수거된 혈액을 가공해 만든 고단백 사료로, 전국 농가에 유통된다. 이 과정에서 오염된 원료가 포함될 경우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단위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ASF 확산은 야생 멧돼지를 통한 전파가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멧돼지 이동 범위로는 최근처럼 전국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양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 올해 ASF 발생 건수는 3월 17일 기준 총 2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첫 발생인 2019년 9월 이후 지난 7년간의 연평균 발생 건수인 7.9건과 비교하면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로, 역대 최고 수준의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ASF는 기존 급성형과 달리 증상이 완만하게 나타나고 폐사까지 시간이 지연되는 ‘IGR-II 타입 유전형’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현장에서 고병원성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으로 오인해 신고가 늦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방역 실패가 아니라 감염 경로와 산업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다만 접근 방식에는 온도차가 드러났다. 이성대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정밀영양과장은 “혈장단백 사료는 자돈의 성장과 면역 유지에 중요한 고기능성 사료”라며 “사료와 ASF 발생 간 상관관계는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장에서는 기존 방역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은경 경기도청 동물방역위생과장은 “야생 멧돼지 중심 전파 모델만으로는 현재 확산 양상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사료나 유통 경로를 통한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과장은 또 “모든 가축운송 차량이 동일한 거점소독시설을 이용하면서 교차오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민간 소독시설 활용 등 방역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병일 대한한돈협회 팀장도 “돼지 유래 사료 원료와 제품에 대한 바이러스 검출 여부 확인 등 관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방역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중심 방역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며 민간 수의사를 활용한 조기 예찰 체계 구축과 민관 협력 거버넌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ASF 확산은 단순한 방역 실패가 아니라 감염 경로와 산업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향후 정책·입법 과정에서 구조적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