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금융 불안정 직결 불필요
추경 규모 물가 압력 영향 제한적
매파·비둘기 이분법 바람직 않아
이번주 인사청문 절차 본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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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빌딩에 준비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최근 고환율 상황에 대해 “달러 유동성은 상당히 양호하다”며 금융 불안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했다.
신 후보자는 31일 오전 서울 모처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처음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최근 고환율 상황에 대해 “한국이 요즘 환율하고 달러 유동성이나 자본 유출 등을 많이 우려하는데 비록 환율은 높지만 달러 유동성은 상당히 양호하다”며 “이런 리스크 요인은 적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후보자는 “환율 레벨(수준) 자체에는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며 “환율하고 금융 불안정을 직결시키는 필요는 지금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23분께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보다 12.8원 오른 1528.5원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3월 10일(1561원)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4.2원 오른 1519.9원으로 출발한 후 상승 폭을 키워 1520원선을 돌파한 것이다. 환율은 5거래일 연속 오름세로 전날 야간 거래에서도 장중 1520원대로 올라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추경안에 대해서는 “중동 상황으로 인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발표된 규모나 설계에 비춰 보면 물가 압력에 대한 영향은 아주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 신 후보자에 대해 ‘매파’라고 평가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경제 전체의 흐름을 잘 읽고 시스템 차원에서 금융 제도와 실물 경제가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면서 어떤 효과를 냈는지를 충분히 파악한 다음에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라며 “매파냐 비둘기파냐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신 후보자 지명 직후 국채 금리가 뛰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22일 정부의 후보자 지명 직전 거래일인 20일 국고채 3년 금리는 3.410%였는데, 30일에는 3.542%로 0.132%포인트 올랐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신 후보자가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된 것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해 7월과 10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라는 당사의 전망에 더욱 힘을 싣게 한다”고 내다봤다.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지금 중동 사태다. 지금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있고, 경기는 이제 좀 하방 리스크가 있다”며 “얼마나 지속되는지가 워낙 불확실하기 때문에 크게 지금 말씀드릴 건 없다”고 말했다.
실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이날 3.25% 오른 배럴당 102.88달러로, 2022년 7월 이후 3년 8개월 만에 종가 기준 100달러를 넘어섰다.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도 배럴당 112.78달러로 0.19%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092 오른 100.565 수준으로, 엿새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 불거진 사모대출 리스크에 대해서는 “사모대출은 규모로 따지면 한 2조달러에 채 못 미치는 정도의 규모”라며 “규모나 전체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나 그렇게 크게 우려할 그런 수준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현재 한국은행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 경로로, 아주 중요한 통화 정책의 요소”라며 “금융통화위원과 커뮤니케이션 체계에 대해 평가하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도입한 6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금리 제시) 점도표의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후보자 입장으로서는 답변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신 후보자의 첫 출근으로 인사청문 절차도 본격 시작됐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은 총재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창용 총재의 임기 만료(4월 20일)까지 한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31일 국무회의에서 신 후보자 총재 임명 안건을 심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인사혁신처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본격적인 청문 절차가 시작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이후 위원장은 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3일 이내에 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본회의에 보고한 뒤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한다.
이창용 총재의 경우 2022년 4월 4일 임명동의안 제출 이후 20일 공식 취임까지 16일가량 걸렸다. 이주열 전 총재를 보면 2014년 첫 취임할 당시 동의안 제출이 3월 7일이었는데, 취임은 25일 뒤인 4월 1일이었다. 2018년 연임 때도 3월 7일 동의안 제출, 4월 1일 취임으로 25일가량 걸렸다. 31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바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고 해도 이창용 총재 퇴임까지는 20일 남짓밖에 남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