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기업들이 사무실을 임대하는 대신 직접 건물을 매입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급락한 오피스 부동산 가격이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LA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일부 기업들은 장기 임대 계약보다 건물 매입이 비용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자산운용기업 캐피털그룹은 최근 세들어 있던 벙커 힐 소재 55층 규모의 뱅크오브 아메리카 플라자 건물을 약 2억 1천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캐피털 그룹이 인수한 빌딩은 2024년 말에 2억 1,250만 달러로 평가됐는데, 이는 10년 전의 가치 6억 500만 달러의 1/3에 불과하다.
LA시 정부는 다운타운 865 S. Figueroa 스트리트 소재 35층규모의 건물을 매입해 수도전력국(LADWP)이 사용하도록 최종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이 건물은 평가가치가 2억5천만달러이지만 9250만달러에 매물로 나왔다.
공공기관으로서는 LA카운티 정부가 이미 지난 2024년 6억2300만달러의 평가가치가 나온 다운타운의 55층짜리 일명 ‘개스컴패니’ 건물을 2억달러에 사들여 세입자에서 건물주로 자리바꿈한 사례가 있다.
‘리그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으로 글로벌 비디오게임 기업으로 우뚝 선 ‘라이엇츠 게임’은 다운타운은 아니지만 LA 서쪽 컬버시티의 소텔 지역 건물 5개를 작년 12월 1억5천만달러에 사들여 캠퍼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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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다운타운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에 건물이 집중적으로 세워진 이후 사무실 공간의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임대료를 내는 세입자가 부족해 사무용 공간의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은 팬데믹 이후 더욱 심각해졌다.
미국 최대의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투자 관리기업 CBRE에 따르면 지난해 말 LA다운타운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의 사무실 공간이 40% 가까이 비어 있었다. 다운타운 전체 건물의 공실률은 2019년 14%에서 작년말 34%로 증가했다.
이 같은 시장 환경 속에서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보고 있다. 가격이 하락한 시점에 건물을 매입하면 장기적으로 임대료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향후 시장 회복 시 자산 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무 공간이 필요한 기업들은 임대료 상승 리스크를 피하고, 공간 활용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상업용 오피스빌딩 시장의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원격근무가 장기화될 경우 오피스 수요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며, 노후 건물의 경우 리모델링이나 용도 전환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은 저점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지역별·건물별로 회복 속도는 크게 차이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세입자가 건물주로 바뀌는 현상은 침체된 오피스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앞으로 기업 부동산 전략의 변화와 맞물려 주목된다. 황덕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