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4%→세 배 이상 증가…ADHD·불안장애 진단 증가 영향
학교서 시작한 장애 집단 편의 제공, 전문직 시험으로 확산
공정성 논란도 커져…로펌서 ‘ADHD 프로그램’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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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이 자리 잡은 가운데 집중해 답안을 작성하고 있다.[로이터]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에서 변호사시험 응시자들이 시험 시간 연장 등 ‘편의 제공’을 요청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고등교육 단계에서 확산된 흐름이 전문직 자격시험으로까지 이어지면서 공정성 논란과 함께 제도 변화 논쟁이 커지는 모습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 변호사시험 응시자 약 8000명 중 14%가 추가 시간 등 편의를 제공받았다. 이는 10년 전 4% 수준에서 세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워싱턴DC에서는 응시자 7명 중 1명 이상이 편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증가세는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일리노이주는 10년 전 2%에서 13%로, 조지아주는 2%에서 7%로 상승했다. 변호사시험뿐 아니라 간호사·치과의사 등 다른 전문직 시험에서도 편의 제공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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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 |
배경에는 장애 진단 증가가 있다. 특히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불안장애, 학습장애 등 심리적 요인이 주요 사유로 꼽힌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승인된 편의 제공의 약 60%가 이러한 정신·인지적 장애와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흐름은 이미 학교 현장에서 시작됐다. 일부 사립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30% 이상이 장애 진단을 받고 시험에서 추가 시간을 받는 사례도 나타난다. 대학에서도 특정 학교는 학생 3명 중 1명 이상이 장애 등록을 한 반면, 다른 학교는 3% 미만에 그치는 등 격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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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규모의 강의실을 갖춘 건물 내부에서 강의와 세미나가 진행되는 가운데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대형 강의와 행사에 활용되는 강의실을 포함한 로스쿨 건물 모습.[게티이미지] |
로스쿨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리건 법학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일부 로스쿨에서는 학생의 20% 이상이 시험 편의를 제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서도 동일한 편의를 요구하면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도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2008년 미국 장애인법 개정으로 편의 제공 기준이 완화되면서 신청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쟁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군인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공정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장애법 전문가 페리 지르켈은 “비용을 들여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일부 계층이 제도를 활용해 이득을 볼 가능성이 있다”며 “(편의 제공 등 제도 변화가) 이미 권력과 자원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성과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2025년 2월 캘리포니아 시험에서 편의를 받은 응시자의 합격률은 65%로 전체 평균 58%보다 높았다. 신청자의 약 90%가 승인을 받았고, 대부분은 시험 시간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업계에서는 단순한 ‘특혜’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글로벌 로펌 굿윈 프록터의 케이틀린 본 매니징디렉터는 “이런 변화는 질환이 더 많이 인식된 결과일 뿐”이라며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능력은 변호사에게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로펌들은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대응하기도 했다. 굿윈 프록터는 ‘ADHD와 함께 성공하기’ 프로그램을 도입해 업무 시작 지연, 집중력 저하 등을 겪는 변호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동료와 함께 업무를 진행하는 ‘페어링 방식’ 등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실험도 병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