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막힌 호르무즈…원유에서 비료·사료까지, 식탁물가 압박 번진다

통항 재개·차단 반복에 공급망 불안 ‘상시화’

원유발 충격, 사료·비료·농자재 거쳐 식탁 물가로 확산

이란 호르무즈 해협 [연합]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통항이 일부 재개됐던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원유 수송 차질이 반복되고 있다. 일시적 완화 기대가 꺾이면서 에너지 충격이 사료·비료·농자재를 거쳐 식품 가격으로 번지는 공급망 불안이 구조화하는 모습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25%가 지나는 핵심 통로로,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0%가 이 경로에 연결돼 있다.

10일 해양수산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호루무즈 해협 긴장이 다시 고조되며 국내 관련 유조선 일부도 해역 인근에서 대기하는 등 원유 수송 지연이 빚어지고 있다.

김혜정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오락가락하는 중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매뉴얼도 갖췄다”고 말했다.

한국은 원유 도입의 60~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통항 차질이 곧바로 국내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충격이 에너지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료용 곡물은 옥수수와 대두박 등을 중심으로 국내 수요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 해상 운송 차질은 곧바로 축산 농가의 생산비 증가로 이어진다.

최근 국제 시세 기준 사료용 옥수수와 대두박 평균수입단가는 3월 기준 각각 t당 약 250달러, 347달러 수준으로 운임이 포함된 가격 구조여서 물류 차질이 발생할 경우 비용이 즉각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

국제곡물가격동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지원 농경연 해외농업관측팀장은 “중동 상황이 길어지면 해상운임과 환율이 동시에 올라 곡물 수입단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료 가격도 직접 영향을 받는다. 질소비료의 핵심 원료인 암모니아와 요소는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원유·가스 공급 불안은 곧바로 비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농업 비용을 끌어올린다. 여기에다 최근 농가에서는 비료 과잉 투입 관행에 사재기 움직임까지 더해져 수급 불안이 더 커지고 있다.

유재형 농식품부 중동상황총괄대응팀장은 “현재 비료 재고량을 적재적소에 분배하고, 필요량만큼 농가가 구입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지만 일부에서 매점매석과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며 “농가의 관행적인 과잉 시비를 줄이기 위한 교육과 홍보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같은 달에 구입한 만큼 살 수 있도록 구매 제한도 하고 있다”며 “질소비료는 현재보다 15.6% 적게 사용해도 수량과 품질에 영향이 없고, 경영비 절감과 환경 부담 완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자재도 마찬가지다. 봄철 영농기에 비닐하우스와 멀칭필름(플라스틱 필름으로 땅의 표면을 덮어 주는 비닐)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 부족으로 농가의 걱정은 깊어졌다

전남 나주의 한 농업인은 “기름값, 사료값 안 오른 게 없는데, 농사 필수품인 비닐까지 오르면 농사하기 힘들 것”이라며 “비닐이 없으면 파종도 못 하는데, 이러다 농사 시기를 놓칠까 봐 밤잠을 설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유 팀장은 “영농기에 쓸 재고는 확보돼 있다”면서도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 하반기에 농가에 영향이 갈 수 있으므로 산업통상부 등 관계 부처와 특별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단순한 단기 충격을 넘어 국내 물가 시스템에 깊게 각인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시작된 공급 차질이 사료와 비료 등 농업 생산비로 확산하고, 이것이 다시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강화한다는 분석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해운 안전과 에너지·농식품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외부 충격을 단기간에 흡수하기는 쉽지 않다”며 “농작물에 비료를 지나치게 많이 살포하고 불필요한 물량의 비료를 사재기하는 불안 심리를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에너지에서 농업을 거쳐 식품으로 전이되는 경로가 일시적 충격을 넘어 비용 상승 압력이 누적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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