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에 섣불리 투자 못 해…은행에 묻어둔 돈 하루 8.7조나 증가 [머니뭐니]

4대 은행 요구불예금 9일 전일 대비 8.7조↑
주식시장 적극적 참여보다 관망 국면 해석
“투자자들 트럼프 발언 변동성 학습한 결과”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 기기[연합]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시장 대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은행권 요구불예금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양국 간 화해 분위기에도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보다는 관망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요구불예금(MMDA 포함)은 지난 7일 560조2650억원에서 8일 564조755억원으로 하루 만에 3조8105억원이 늘었다. 9일엔 572조7742억원으로 8조6987억원 늘며 증가폭이 더 커졌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8일 2주 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했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투자금 중 일부는 수익을 실현해 은행으로 옮겨둔 것으로 분석된다. 요구불예금은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0%대 예금으로, 금융권에선 대기성 자금으로 본다.

실제 양국의 합의에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검토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합의 당일인 지난 8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377.56포인트(p) 오른 5872.34로 마감했지만, 다음 날(9일)엔 5778.01로 전날 상승분을 일부 내줬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8일 연 3.315%에서 9일 3.338%로 소폭 상승했다. 10일도 휴전 안도감에 코스피가 전장 대비 상승 마감했지만, 흐름을 이어갈지는 불투명하다.

이 같은 개인 투자자의 관망세는 이른바 ‘트럼프 학습효과’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에 따라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상황이 반복되자, 확실한 신호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투자에 나서지 않겠다는 심리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오경석 신한은행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나 정책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사례들을 투자자들이 점점 학습하고 있는 상황”며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자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개전 초기인 3월 3일 4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561조8322억원에서 16일 553조4140억원으로 급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에도 중동 지역 긴장 상황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3월 30일에는 요구불예금이 570조5769억원으로 늘었다.

또 다른 대기자금인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3월 3일 107조256억원에서 30일 110조1445원으로 늘었다. 지난 8일 기준 잔액은 110조9078억원으로 전날 대비 5987억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다만 중동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은행권 대기자금은 빠르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전히 정기예금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투자 심리가 회복되면 자금 이동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로 인해 하락한 종목들의 저점을 확인하는 상황일 뿐, 상황만 끝나면 언제든 다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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