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봉쇄 지원 기대한 트럼프…대다수 침묵·거리두기

영국·호주·스페인 등 “호르무즈 개방돼야”…‘역봉쇄’ 반대

군함 파견 압박 재연 가능성…동맹 부담 가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 밖에서 언론과 대화를 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봉쇄에 맞선 ‘역(逆)봉쇄’를 선언한 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많은 국가가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미 군함을 동원한 역봉쇄 구상과 관련해 동맹국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는 동시에, 간접적으로 참여를 압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13일 오전까지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국가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대다수 국가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오히려 일부 동맹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우리는 이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해 역봉쇄 구상에 선을 그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역시 관련 지원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히면서, 현재는 긴장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역봉쇄 조치가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회적 비판으로 풀이된다.다.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가 긴장 고조를 초래한다는 우회적 비판인 셈이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도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세계가 빠져드는 악순환의 또 다른 사건”이라고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를 각국이 어떤 방식으로 도울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 특정 국가를 거명하지 않고 ‘많은 나라’라고 했다.

지난달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을 지목하며 군함 파견을 요청한 것과 비교된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를 다른 많은 국가가 도울 것이라고 본다는 언급은 군함 파견 요청 당시와 마찬가지로 각국 군사자산의 직접 투입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일 가능성이 있다.

군함 파견을 각국이 거부하거나 곧바로 호응하지 않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보복성 조치를 검토하는 것처럼 이번 역봉쇄 조처에 대한 지원 여부를 문제 삼아 또다시 동맹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역시 군함 파견 요청이 수용되지 않은 데서 보듯 동맹이 곧바로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에 동참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데도 동참 압박을 이어감으로써 동맹이 계속 부담을 갖도록 하는 전략일 수 있다. 추후의 무역·안보 협상에서 ‘필요할 때 거듭 외면한 동맹’ 논리를 내세워 미국에 유리한 입장의 명분으로 삼을 우려도 있다.

튀르키예 앙카라의 TED 대학 아흐메트 카심 한 국제관계학 교수는 NYT에 “지지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말하는 습관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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