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에 늑구 발모양 빵 만들자?’ 동물·환경단체들 “관리실패가 본질…해프닝 마무리 안돼”

대전 지역 환경단체·카라 등 논평
“현재 사육방식 전반 점검 해야”


돌아 온 늑구를 보기 위해 오월드에 인파가 몰린 모습을 연출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 [더쿠 갈무리]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전 동물원 늑대 ‘늑구’의 탈출 소동이 9일 만에 생포와 함께 마무리되면서 동물원 운영 방식의 개선을 촉구하는 동물·환경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이하 연합)은 17일 논평을 내고 “사살되지 않고 무사히 포획된 것을 환영하며, 장기간 수색 과정에서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애쓴 소방, 경찰 등에도 감사드린다”라고 하면서도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인기 예능 ‘유퀴즈’에 늑구가 출연한 모습.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다. [더쿠 갈무리]


연합은 “오월드는 비교적 시설과 사육 여건이 나쁘지 않은 동물원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퓨마 ‘뽀롱이’ 사살 사건 이후 근본적인 변화 없이 유사한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늑구가 바닥을 파고 탈출한 것은 굴을 파는 습성을 가진 종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동물원에 사육되는 다양한 동물들 역시 각자의 생태적 본능을 지닌 존재라는 점에서 현재의 사육 방식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한 늑대 ‘늑구’가 탈출 9일 만인 17일 0시 44분께 대전 중구 안영동 안영IC 인근에서 포획됐다. 사진은 병원 다녀온 뒤 회복 중인 늑구. 2026.4.17 [대전오월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


연합은 “늑구의 탈출과 포획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동물원 운영 방식과 야생동물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도 이날 논평을 내고 “대전시와 오월드는 안전시설뿐 아니라 동물의 종 특성을 반영한 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와 실행 계획을 세우고 재개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늑대 사파리 옆 글램핑장, 버드랜드 부지 초대형 롤러코스터 등 동물들의 야생성을 훼손하고 스트레스를 심화하는 시설 개발 중심의 오월드 재창조 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며 동물 복지를 중점에 둔 운영 방식을 위한 동물복지 전문가, 시민단체, 오월드 사육사와 수의사 등이 들어간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도 이날 논평을 내 “늑구의 생포는 끝이 아니”라며 “‘무사 귀환’의 미담으로 남기면 오월드는 또 다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카라는 “이번 사고는 동물의 행동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시설 관리 체계의 실패를 묻게 한다”라면서 “문제는 대전도시공사와 오월드의 관리 체계와 대응 체계에 있다. 늑구가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이 오월드의 책임을 덜어주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이제 부터는 왜 뽀롱이 이후에도 같은 동물원에서 다시 이런 사고가 벌어졌는 지 조사하고 책임을 가려한다”라고 요구했다.

카라는 “더 높은 울타리와 더 강한 통제만으로는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없다”라며 “필요한 것은 동물의 행동 특성을 반영한 시설 관리와 책임있는 운영체계, 혼선없는 대응 매뉴얼의 전면적 재점검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늑구’ 수색 작전이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늑구는 이미 스타가 됐다. SNS에선 늑구를 보러 오월드 인파가 넘치는 모습, 인기 예능 ‘유퀴즈’에 늑구가 출연한 모습 등을 표현한 인공지능(AI) 생성 이미지가 제작돼 확산했다.

늑구의 인기를 활용한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오월드 마스코트를 늑구로 바꾸라거나 ‘늑구의 모험’을 주제로 한 티셔츠나 동화책 제작, 대전의 대표 빵집 성삼당에서 늑구 발바닥 모양 빵을 만들고 오월드에서부터 성심당까지 여행 코스를 만들라는 식이다.

오월드 측은 늑구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고려해 방사형 사파리에서 지내는 20여마리 늑대에 이름표 등 식별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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