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직고용 ‘결단’, K-철강 경쟁력의 시험대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15년을 끌어온 갈등이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포스코가 협력사 인력에 대한 직고용 확대를 결정한 배경에는 단순한 노사 문제가 아니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구조적 피로가 자리 잡고 있었다.

2011년 시작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은 대법원 판결을 거치며 확산됐고, 이제는 ‘소송으로 풀 문제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이르렀다. 이 결정은 이기고 지는 문제를 넘어 장기화된 소송을 ‘끝내기 위한 선택’이라는 성격도 짙다.

포스코의 선택은 예상보다 단호했다. 수십차수에 걸쳐 소송 중인 인력 약 5000명에 대한 대응 수준을 넘어, 조업과 직접 연관된 현장 지원 인력을 포괄적으로 직고용하겠다는 방향을 잡았다.

표면적으로는 ‘직고용 확대’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고용 형태 변화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생산 현장을 움직이는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철강 산업은 24시간 돌아가는 공정 위에 서 있다. 원료가 들어오고, 가공되고, 제품으로 나가는 전 과정이 끊김 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원·하청 체계는 약 60년간 효율적인 분업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도 분명했다. 작업은 협력사가 수행하지만, 결과는 원청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구조. 개선이 필요해도 원청의 직접 개입은 제한적이었다. 원청은 작업을 ‘요청’할 수는 있었지만 ‘설계’할 수는 없었다.

직고용은 이 지점을 건드린다. 협력 작업을 하나의 체계로 묶고, 지휘·감독 라인을 단일화하는 순간 현장의 작동 방식이 달라진다. 의사결정은 짧아지고, 작업 기준은 통일되며, 책임의 경계도 명확해진다. 그동안 ‘외주’라는 이름 아래 분산돼 있던 관리 체계가 하나로 모이면서, 생산성과 안전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의 여지도 크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지만 회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몇 단계를 거쳐야 했던 소통 구조, 직접 지시와 책임의 경계에서 발생하던 공백들이 서서히 줄어들 수 있다. 보이지 않던 벽이 낮아지는 순간, 협업의 속도와 질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비용 부담은 넘어야 할 산이다. 일각에선 협력비로 집행되던 비용이 인건비로 전환되는 만큼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비용 증가라기보다 ‘비용 구조의 전환’에 가깝다. 공정 효율이 높아지고, 사고로 인한 손실이 줄어들며, 작업 숙련도가 축적된다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뒤따르는 리스크도 분명히 존재한다. 직고용이 모든 문제의 해법이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직무 기준에 따라 포함과 제외가 나뉘는 만큼 또 다른 경계선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조직 통합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여지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통합 후 안정화 단계까지 최소 수년이 걸릴 중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실행 과정의 정교함이 중요하다.

또 하나 짚어볼 지점은 ‘누가 현장을 대표하는가’라는 문제다. 최근 쏟아지는 다양한 목소리가 과연 전체 협력사 구성원을 대변하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노조, 협력사, 현장 인력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단일한 시선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제 막 첫발을 뗀 직고용 전환 작업은 세부 조율이 중요한 단계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해석과 소모적인 논쟁이 앞서며 노노 갈등은 물론 노사 간 긴장까지 자극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변화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보다, 현장에서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할 시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직고용은 과연 K-철강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

답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직고용이 곧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새로운 조직 관리 비용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분명한 것은, 포스코가 기존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 선택은 단순히 한 기업의 인사 정책에 그치지 않는다. 원·하청 구조로 유지돼 온 제조업의 오랜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생산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다. ‘누가 일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일을 하느냐’에 더 무게를 두기 시작한 변화다.

직고용의 성패는 숫자가 아니라 앞으로 현장에서 결정될 것이다. 협업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 안전이 실제로 개선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생산성과 품질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직고용이 비용이 아닌 경쟁력으로 증명된다면, 이는 하나의 기업을 넘어 산업 전체의 기준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 포스코의 선택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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