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진출 30년’ 현대차그룹, 누적 판매 1100만대…매달 ‘신기록’

누적 판매, 현대차 960만·기아 150만대
1분기 역대 최대 실적…현대차 16만·기아 8만대 돌파
기아는 1분기에만 11.6% 성장
산트로부터 SUV·EV까지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 장악
푸네 공장 축으로 생산 확대


정의선(가운데)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1월 현대차 인도 푸네공장 임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 시장에 진출한 지 30년을 맞았다. 초기 ‘도전 시장’으로 평가받던 인도는 이제 현대차그룹의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현대차·기아 모두 분기·월간 판매 기록을 새로 쓰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8일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996년 인도 진출 이후 올해 1분기까지 누적 판매량 1106만6295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957만9814대, 기아가 148만6481대를 각각 판매하며 합산 1100만대를 넘어섰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인도 시장에서 이 같은 성과를 낸 사례는 드물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판매량은 16만6578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3월에는 내수 판매 5만5064대를 기록해 3월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매달 판매 기록을 경신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현대차 단독으로도 연내 누적 판매 1000만대 돌파가 유력한 상황이다.

타룬 가르그 현대차 인도법인(HMIL) 대표이사(CEO)는 “상품성을 강화한 베르나와 엑스터 등 신차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인도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자신한다”고 밝혔다.

기아 역시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기아는 올 1분기 8만4325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1.6%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3월 판매량은 2만9112대로 전년 동월 대비 14.1% 늘었다. 2019년 인도 시장에 진출한 이후 불과 6년 만에 150만대에 육박하는 누적 판매를 기록하며 후발주자임에도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산트로 신화’에서 글로벌 생산 거점까지…현대차 현지 진화 ‘진행형’


현대차의 인도 성공은 1998년 출시된 소형차 ‘산트로’에서 시작됐다. ‘톨보이’ 디자인과 실용성을 앞세운 산트로는 출시 직후 인도 소형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국민차로 자리 잡았다. 이후 현대차는 첸나이 공장을 중심으로 연간 85만대 이상의 생산 능력을 구축하며 현지화 전략을 강화했다. 2000년대 중반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한 이후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제품 전략 역시 진화했다. 초기 소형차 중심에서 벗어나 해치백, 세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기차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크레타, 베뉴, 투싼 등 SUV 라인업은 현대차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으며, 특히 크레타는 누적 판매 90만대를 넘기며 인도 SUV 시장을 이끈 대표 모델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아이오닉 5를 앞세워 전기차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메이드 인 인디아’ 전략도 성과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첸나이 공장은 인도 내수뿐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등 80여 개국으로 차량을 수출하는 글로벌 생산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도에서 생산돼 해외로 나간 차량만 350만대를 넘는다.


진출 6년 만에 150만대…기아 인도 ‘초고속 성장’


기아의 성장 속도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첫 모델 ‘셀토스’ 출시와 동시에 시장에 안착한 기아는 46개월 만에 5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단기간에 판매 기반을 빠르게 확대했다. 셀토스는 전체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모델로 자리 잡으며 브랜드 성장을 견인했다.

이후 소형 SUV ‘쏘넷’, MPV ‘카렌스’, 전기차 ‘EV6’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며 시장 대응력을 높였다. 현대차와 플랫폼·기술을 공유하는 전략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첨단 사양과 디자인을 강화해 ‘가성비’와 ‘프리미엄’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다. 현재 390개 도시에서 800개 이상의 판매망을 운영하며 유통망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인도 시장에서 SUV 중심 전략과 공격적인 제품 출시를 통해 단기간에 주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있다.


연간 100만대 시대 ‘가시권’…현지 업체와 경쟁은 변수


현대차·기아의 인도 판매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만대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올해 1~3월 양사 합산 월평균 판매량은 8만8210대를 기록하며 2024~2025년 월평균 판매량 7만대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연간 판매량이 약 100만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양사 합산 판매량이 약 85만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1년 만에 15만대 이상 늘어나는 셈으로 성장 속도가 한층 가팔라졌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들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며 일부 월에서는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하는 등 상승 흐름이 뚜렷하다. 당초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합산 약 89만대 수준의 판매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재 속도라면 이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높다. 다만 마루티 스즈키, 타타, 마힌드라 등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이 여전히 치열해 점유율은 18~19% 수준에 머물러 있어, 향후 시장 지배력 확대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표1_현대차·기아 인도 공장 현황


인도, 미래 성장 축…푸네 공장 활약 전망


현대차그룹은 인도를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닌 장기 성장 거점으로 보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인도에 2030년까지 50억달러를 투자하고 26종의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7년에는 현지 설계·개발 기반의 전기 SUV를 선보이고, 푸네 신공장을 통해 생산 능력도 확대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인도 진출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이달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인도 시장에서 연간 41만대 판매와 7.6%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라인업을 10개 차종으로 확대하고,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HEV) 등 친환경차 8종을 운영하는 한편, 딜러 네트워크도 800개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양사의 비전을 뒷받침할 핵심 축은 지난해 10월부터 가동한 푸네 공장이다. 기존 첸나이 공장에 더해 푸네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인도 내 생산 능력은 100만대 이상으로 확대되고, 기아 생산 물량까지 합치면 연간 150만대 규모의 초대형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는 미국을 넘어서는 현대차그룹 최대 해외 생산 기지로, 내수뿐 아니라 수출 물량 확대를 동시에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푸네 공장은 신형 베뉴 등 전략 차종 생산을 맡으며 판매 증가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어, 향후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인도 시장 공략의 중심축으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인도 시장에서 구축한 브랜드 인지도와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향후 성장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전동화와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인도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외국 기업에서 출발해 이제는 인도 소비자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며 “누적 1100만대 돌파는 단순한 판매 성과를 넘어 시장 지배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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