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손실 갈리는 통화정책…비판은 숙명”
“금리 인하 지연 논란, 임기 중 가장 힘들어”
“계엄 직후 시장 대응 가장 기억에 남아”
“금리 동결도 중요한 정책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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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임직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가만히 있으면 알아주는 세상은 아닌 것 같다. 올바르다고 생각하면 말하는 게 맞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이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임기를 마치는 소회를 밝혔다. 취임 초 ‘시끄러운 한은’을 만들겠다며 구조개혁 목소리를 낸 이 총재는 “앞으로도 경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국내에 머물면서 “경제 평론이나 조언·자문 등을 하려고 한다”면서 “어떤 매체를 활용할지는 내용에 따라 차차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임기 내 성과를 묻는 질문에 “경제 정책, 특히 통화정책은 누군가에게는 이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손해가 되는 만큼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는 중앙은행의 숙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 능력과 한계 안에서 나라 전체를 생각해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스스로는 그에 만족하려 한다”고 했다. 또 신현송 총재 후보자에 대한 당부를 묻는 말에 “저보다 훨씬 훌륭하신 분이고 사실 지난 4년간 BIS에서 일해온 신 후보자께 여러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임기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는 2024년 중반 금리 인하 지연 논란을 꼽았다. 당시 물가가 2% 수준으로 내려왔음에도 금리를 낮추지 않자 ‘정책 실기’ 비판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는 물가뿐 아니라 금융안정과 가계부채, 환율까지 다 고려하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해서 안 낮춘다고 얘기를 했는데도 계속해서 실기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떠올렸다.
반면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비상계엄 직후 대응을 언급했다. 그는 “외신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고 헌법재판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경제와 정치는 분리될 수 있다는 논리를 설명했다”면서 “해당 내용을 토대로 빨리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해당 내용이 주효하게, 잘 작동됐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또 “해외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통화정책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11개월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한 것을 두고 제기된 ‘딜레마’ 평가에 대해 “금리를 변동하지 않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라며 “딜레마에 빠진 것이 아니라 상황상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었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지 않는 것도 하나의 정책 선택이라고 강조하면서 “내가 지금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인상·인하)하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서학개미’ 발언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당시 발언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 하라고 해도 서학개미 말을 안 썼을지 모르지만 외국 투자가 늘어서 환율이 많이 영향받는다고 얘기를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국민연금 해외 투자 등 제도 논의가 공론화된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욕 먹는 것을 감수하는 것도 (한은 총재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구조적 해결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청년층이 집을 못 구하는 건 저출산과 사회 갈등을 심화시킨다”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총재는 “일각에선 ‘오지랖’이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이제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한은이 해결해야 한다는 기대가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