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휴전시한 직전까지 안갯속…협상 표류 속 불확실성 커져

트럼프 발언 혼선…협상 시한·대표단도 불확실

이란 지도부 내부 갈등 조짐…군부 ‘비토’ 영향력

호르무즈 재봉쇄·해상충돌…휴전직전 양상 반복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한 유조선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 시한 종료를 앞둔 20일(현지시간)까지 종전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8주차에 접어든 전쟁의 향배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해상 봉쇄가 맞물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혼선 메시지와 이란 지도부의 내부 갈등 조짐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이어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협상 시한과 전망, 참석자 등을 둘러싼 발언은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21일로 여겨졌던 휴전 시한에 대해 그는 22일 저녁(미 동부시간)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7일 발표된 휴전이 실제로는 8일부터 발효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폭스뉴스 진행자 마리아 바티로모는 이날 엑스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밤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지만, 블룸버그 인터뷰에 따르면 협상은 21일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시점이 맞지 않는다.

협상 대표단을 둘러싼 발언도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JD 밴스 부통령이 파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로이터는 밴스가 여전히 미국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밴스가 협상단을 이끌 예정이며 21일 워싱턴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협상 상대방인 이란을 교란해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려는 의도일 수 있지만, ‘속전속결’ 기대와는 어긋나고 있는 전황 속에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기 때문일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이 장기화하자 극도의 불만과 충동적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되고 있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나는 내가 합의를 맺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읽었다. 나는 어떤 압박도 받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스트레스를 자인한 것으로도 읽힐 수 있다.

협상 상대방인 이란의 내부 상황도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폭사 이후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승계했지만, 그는 ‘부상설’ 속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모즈타바 체제에서 이란 지도부의 대응은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 17일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한다고 선언했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란 군부로부터 강한 비난에 직면했다. 이란 군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면 이란 해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이튿날인 18일 해협을 재봉쇄했다.

이 때문에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국정 장악력이 미흡하다거나, 이란 지도부에서 분열이 벌어지고 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전시에 군부가 결정적인 ‘비토권’(사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에 응할지조차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협상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반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협상에 선을 긋는 발언도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연장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거듭 못 박았다. 그러면서 시한 내 합의에 이르지 않을 경우 이란의 모든 교량과 발전소를 파괴하겠다고 재차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군의 대(對)이란 해상봉쇄와 관련해 “(종전)합의 서명이 있을 때까지 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합의가 불발되면 전쟁을 재개하느냐는 질문에 “합의가 없다면 분명히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강압이나 강요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군부는 미국이 공습을 재개할 경우 미국의 걸프 동맹국 등을 향한 보복 공격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해상봉쇄를 뚫으려던 이란 화물선이 전날 미군에 나포되면서 양측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같은 미·이란의 대치 국면은 휴전이 발표된 지난 7일까지 양측이 트럼프 대통령의 ‘문명 파괴’ 위협과 이란의 보복 다짐으로 치킨 게임을 벌이던 양상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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