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불길에 묻혔다…유럽은 ‘초장기전’ 대비

NYT “미국 중재력 상실로 소모전 가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발목이 잡히면서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도 기약을 찾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승기를 잡지 못한 채 소모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중재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유럽은 끝을 알 수 없는 초장기전 대비 체제에 돌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 몰두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홀로 남겨져 러시아와 끝 모를 소모전을 치르게 됐다고 했다. 양측 모두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재자가 손을 놓으면서 종전 협상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전문가 제임스 셰어는 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단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지 15개월이 지났지만 “협상의 시작점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기 위해 애썼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제는 그런 환상을 80% 정도 버렸다며 미국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짚었다.

특히 우크라이나인들도 자국이 군사적으로 잘 버텨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전쟁이 결국은 외교적 해법이 아닌 전장에서 전투로 결판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물론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외교의 끊은 놓지 않고 실무 수준의 비공식 대화는 계속 이어가고 있다. 다만 러시아는 3자회담 제안을 지속해서 거부하고 있고 러시아가 요구하는 돈바스 지역의 이름을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따 ‘도니랜드’로 바꾸겠다고까지 했지만, 미국의 관심을 묶어두는 일도 여의찮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여전히 확고한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 온 헝가리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동결 자산을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900억유로(약 156조원)의 무이자 대출을 해주기로 했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도 승인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숨통을 틔워줬다.

독일 베를린 소재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 소장은 “유럽의 자금지원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당분간 러시아에 대한 대응 능력을 유지하면서 협상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종전을 위한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셰어는 “점점 더 많은 유럽인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목표나 이해관계가 너무나 다르며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군사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뿐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 베를린 지부의 안보 분석가 클라우디아 마요르는 “유럽의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승리에 대한 명확한 구상이 없다는 점”이라며 “지금 우리는 러시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우크라이나가 버틸 수 있도록 돕고 있을 뿐이며, 이것은 전략이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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