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까지 파업 시 6400억원 피해…1분기 영업익 공중분해 위기
평균 연봉 1.14억·OPI 50%에도 “평균 임금 14% 인상”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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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 전면 파업 첫째 날인 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갯벌 위에서 일궈낸 ‘K-바이오’의 상징,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대한 심장이 창립 15년 만에 처음으로 박동을 멈췄다.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기지가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가동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78만5000L라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 역대급 실적에 역대급 처우로 업계의 부러움을 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번 전면 파업에 대해 업계에서조차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파업의 여파는 단순히 공장이 멈추는 수준을 넘어선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자재 소분 부서의 선제적 파업은 바이오 공정의 생명인 ‘연속 가동’의 맥을 끊어버렸다.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하는 공정 특성상, 원부자재 공급이 단 한 순간만 어긋나도 배양 중인 약물은 전량 폐기해야 하는 ‘배치(Batch) 실패’로 이어진다.
사측에 따르면 항암제, HIV 치료제 등 필수의약품 생산 라인에서 이미 배치가 폐기되는 등 1일까지 발생한 확정 손실만 약 1500억원에 달한다. 만약 5일까지 총파업이 이어질 경우 누적 손실 규모는 64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분기 영업이익(5808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사실상 한 분기 동안 벌어들인 내실이 단 며칠간의 파업으로 공중분산되는 셈이다.
2011년 설립 당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후발주자였던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린 장벽은 기술보다 ‘신뢰’였다. 아무리 ‘삼성’이라도 생명을 다루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상,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 수조 원대 가치의 신약 생산을 맡기는 고객사는 없었다.
삼성은 첫 수주를 따내기 위해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고, 2013년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와 계약을 체결하며 첫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확보했다. 이 한 장의 계약서를 얻기 위해 들인 노력이 현재 글로벌 20대 제약사 중 17곳을 파트너로 둔 78만5000L의 생산 신화를 만든 초석이 됐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한 순간에 대외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노조는 쟁의 행위 과정에서 해외 고객사에 파업 소식과 함께 “중대한 구조적 공급망 리스크가 초래될 것”이라는 내용의 영문 보도자료를 직접 배포했다. 이에 실제 글로벌 빅파마 고객사들로부터 공급 안정성에 대한 문의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CDMO 산업은 ‘안정적 공급’과 ‘비밀 유지’가 핵심 경쟁력이다. 치열한 글로벌 수주 전쟁 속에서 경쟁사인 론자나 후지필름이 반사이익을 노리는 상황에, 스스로의 일터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평균 14%의 추가 임금 인상과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을 요구했고,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파업을 강행했다. 사측은 “현재 회사의 지급 여력 및 향후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워 교섭에 난항을 겪어왔다”고 밝혔다.
사측이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를 경영상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배경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설비투자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CDMO 산업은 대규모 수주 성과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 전, 생산 설비 확충과 엄격한 품질 관리 시스템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먼저 투입되어야 하는 ‘자본 집약적 선투자’ 구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5공장(18만L)에 이어, 최근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의 생산시설을 2억8000만달러(약 4136억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2032년까지 총 7조5000억원이 투입되는 제2바이오캠퍼스 후속 투자와 지난 3월 완공된 항체약물접합체(ADC) 전용 생산시설(500L) 확장 등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조 단위 재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노조가 경영진의 능력을 질타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지표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준다. 존 림 대표 취임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2025년 매출은 취임 당시보다 4배, 영업이익은 7배 급증했다.
이에 따른 보상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2025년 기준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400만원에 달하며, 3년 연속 연봉의 최대 50%를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지급했다. 이는 평균 연령이 30세에 불과한 젊은 조직으로서는 파격적인 대우다.
존 림 대표는 지난달 30일 타운홀 미팅에서 “적극적인 소통을 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고, 인위적인 인력 재배치 중단과 인사 평가 투명성 강화 등 파격적인 양보안을 제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노사 양측은 오는 4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다시 한번 대화에 나선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대화는 결렬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당한 권리 주장도 생명 존중과 글로벌 신뢰라는 산업의 본질적 가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파업으로 한국 바이오 생태계 전체의 신인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