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내란중요임무종사’ 2심서 징역 15년…1심보다 8년 줄어(종합) [세상&]

“행정부 2인자로서 대통령의 잘못된 권한 행사 통제했어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지난 2024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항소심에서 1심 징역 23년보다 감경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 이승철 조진구 김민아)는 7일 내란중요임무종사와 허위 공문서 작성, 허위 작성 공문서 행사,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용서류손상, 위증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내란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은 지난달 7일 열림 2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23년을 구형했다.

해당 재판부는 내란전담재판부로, 지난달 2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사건에 이은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 두 번째 판단이다. 또한 윤 전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국무위원 중 첫 항소심 판단이다.

“과거 관료 시절 위헌·위법 계엄 보면서 심각성 잘 알았을 것”


재판부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 제1 보좌기관이자 행정부 2인자이며 국무회의 부의장으로 대통령의 잘못된 권한 행사를 견제하고 통제할 의무가 있었다. 경제 관료로 재직하던 1970~1980년대 있었던 위헌·위법한 계엄을 보며 비상계엄의 심각성·중대성을 잘 알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에서 나오는 책무를 저버리고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게 하려는 방법으로 가담 편에 섰고 죄책을 감추고자 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까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죄책에 상응하는 엄벌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다만 “비상계엄 전까지 50여년 공직자로 일하며 국가에 헌신한 점도 있다. 내란 행위에 사전 모의하거나 조직적으로 주도하는 등 관여했다는 증거를 볼 수 없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되자 국무회의 소집을 주재해 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다”라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인정…“국무회의, 실질적 의견 교환 없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인식과 국헌문란 목적·내란중요임무종사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비상계엄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선포 전 형식적인 의사 정족수를 채우는 등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과 같은 외관을 형성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사 정족수를 채우는 것 외에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실질적 의견 교환과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무위원을 부르자고 하거나 소집한 의도가 반대를 위한 것이며 비상계엄을 막지 못했다는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다만 ‘부작위범’으로서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했다고 1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봤다. 부작위범은 어떤 행위를 할 것으로 기대된 자가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국무회의 심의 형성과 관련한 부작위범 부분은 작위와 별개로 부진정 부작위범이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행을 막지 않았다고 본 원심(1심) 판단에 대해서도 “특검 기소 대상이 아닌 부분에 관해 판단한 것이어서 파기한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 허위 작성 ‘유죄’…위증은 일부 불인정


비상계엄 선포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비상계엄 선포 전 부서한 문서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보이게 해 행사할 목적으로 윤 전 대통령이 서명하고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부서한 2024년 12월 3일 자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 판단됐다.

2024년 12월 3일 자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를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행사했다는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와 대통령실에서 사용하는 서류를 손상시킨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위증 혐의에 판단은 1심과 일부 달랐다. 윤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사건 증인신문 과정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 또는 김 전 장관에게 관련 문건을 교부받은 사실이 있는데도 한 전 총리가 ‘저는 계엄 관련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라고 위증한 혐의는 1심처럼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증인신문에서 ‘김 전 장관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문건을 주는 것을 보지 못했다’라고 위증한 혐의는 1심과 달리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허위진술 여부는 증언 전체를 판단해야 하며 다의적으로 이해될 수 있으면 문맥과 취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라며 “한 전 총리가 문건이 건네진 것에 진술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했다.

내란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무총리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비상계엄 해제 뒤 최초 계엄 선포문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고자 강 전 실장이 작성한 사후 선포문에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하고 이를 폐기한 혐의도 공소장에 적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 이진관)는 지난 1월 1심 선고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위헌·위법한 포고령 발령,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출입 통제 등 행위는 형법에서 정한 내란 행위”라며 내란특검 구형량인 징역 15년보다 무거운 징역 2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