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 충격, 70년대 오일쇼크급”… 내년 물가 더 끌어올린다

KDI ‘최근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 분석
운송 불확실성 지수, 평년 8.5배 급등… 기업 재고 확보 심리 자극
통상적 유가 상승보다 물가 파급 2배… 근원물가도 2027년까지 영향


5차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를 앞둔 7일 서울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이 1970년대 ‘오일 쇼크’ 시기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물가 전반에 강력한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이번 유가 상승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이 아닌 물리적 운송 차질에 기인하고 있어, 석유류를 넘어 공업제품과 서비스 등 근원물가까지 장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된다.

KDI(한국개발연구원) 마창석 연구위원은 22일 발표한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운송 불확실성 지수, 오일 쇼크 수준까지 치솟아


KDI 분석에 따르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에너지 운송 불확실성 지수’는 지난 3월 기준 과거 평년 평균의 8.5배까지 급등했다. 이는 1970~80년대 오일 쇼크 시기 스파이크가 발생했던 지점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러한 운송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예비적 재고 확보’ 심리를 자극해 실제 수급 여건보다 가격을 과도하게 끌어올리는 특징이 있다. 보고서는 국제유가(두바이유)가 10%p 상승할 때 운송 불확실성에 기인할 경우 국내 석유류 가격은 2.69%p 상승해, 통상적 요인(2.00%p)에 의한 상승 폭보다 30% 이상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분석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력도 일반적인 유가 변동보다 훨씬 강력하다. 유가 10%p 상승 시 소비자물가는 0.20%p 올라, 경기 회복 등 통상적 요인(0.11%p)보다 파급 효과가 2배가량 컸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근원물가(석유류 및 농산물 제외 지수)로의 전이다. 통상적인 유가 상승은 근원물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지만,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은 근원물가를 0.10%p 확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전가되면서 물가 상승의 ‘지속성’이 강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유가 장기화 시 내년 물가 최대 1.8%p 추가 상승


KDI는 유가 시나리오별 전망을 통해 고물가 현상이 내년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럴당 105달러 수준의 고유가가 유지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올해 1.6%p에서 내년 1.8%p로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올해보다 내년에 1~4분기 전체 영향이 온전히 반영되는 기술적 요인과 근원물가의 경직적 특성이 맞물린 결과다.

다만 이번 분석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효과를 배제한 수치다. KDI 측은 “정부 정책이 물가 상방 압력을 상당 부분 하방으로 제어하고 있다”며 “석유 최고가격제 등이 없었다면 현재 물가는 이미 3% 중반을 넘어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 연구위원은 “운송 불확실성에 따른 유가 상승은 파급 범위가 넓고 지속성도 길다”며 “물가 안정을 위해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대비한 신축적인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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