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허락한 돈”…‘의식불명’ 아버지 통장서 거액 인출한 새어머니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진 [123rf]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의식 없던 아버지 계좌에서 새어머니가 거액을 인출해 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들이 돈을 돌려받고 싶다며 조언을 구했다.

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새어머니와 재산을 둘러싼 상속 분쟁을 겪고 있다는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5남매 중 둘째인 A씨는 “아버지는 어머니와 일찍 사별한 뒤 오랫동안 혼자 지내셨다”며 “그러다 2년 전 좋은 분을 만나 재혼을 하셨다”고 밝혔다. 남매들은 아버지의 재혼을 처음에는 반겼지만, 얼마 후 아버지의 지병이 갑자기 악화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뒤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약 두 달간 치료를 받다 결국 숨졌다. 문제는 사망 이후 드러났다. A씨는 “아버지가 중환자실에 계시던 그 두 달 동안 여러 계좌에서 거액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평소 생활비 수준이 절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새어머니는 “남편이 생전에 허락한 돈”이라며 “이미 다 써버렸다”고 당당하게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버지가 당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평소 지출 내역을 철저히 관리하던 성향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또한 A씨는 막내 동생은 장애가 있어 평생 돌봄이 필요하다며 “아버지는 늘 재산은 막내를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새어머니는 A씨 남매가 이러한 뜻을 전하자 “왜 아버지의 뜻을 의심하느냐”며 오히려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버지가 의식이 없는 기간 동안 인출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상속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형사적으로 대응할 방법도 알고 싶다”고 조언을 구했다.

이에 대해 우진서 변호사는 “재혼 배우자가 고인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다고 해서 곧바로 정당한 권한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부 사이 금전 거래는 계약서가 없는 경우가 많아 평소 자금 관리 방식, 인출 규모, 혼인 기간, 건강 상태, 자금 사용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 변호사는 이어 “사안의 경우 혼인 기간이 길지 않고, 인출 시점이 중환자실 입원 기간과 겹치는 점, 생전 재산을 막내에게 남기겠다는 의사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증여 의사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형사 책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적법한 권한 없이 예금을 인출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실제로 재혼 배우자의 무단 인출에 대해 사기죄를 인정한 판례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인출된 금액을 상속재산으로 보고 반환을 청구하거나, 상속재산 분할 과정에서 특별수익으로 주장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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