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보다 더 퍼준다”…트럼프, 이란전쟁서 실패한 목표들 [이슈&뷰]

정권교체·HEU 회수·미사일 초토화
호르무즈 무료통항 등 핵심목표 실패
60일간 이란핵 후속협상도 난항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백악관 X]

 

미국과 이란이 18일(현지시간)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에 본격 착수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60일간 무료 개방되고 핵협상이 본격화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전쟁 개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웠던 핵심 목표들이 이번 합의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거나 사실상 달성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란 정권교체와 고농축우라늄(HEU) 회수, 미사일 파괴, 친이란 무장세력 차단 등 미국이 강조해온 전략적 목표들이 MOU에 명시되지 않거나 상당부분 미흡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핵심 목표는 놓친 채 핵보다 무서운 호르무즈 통제권을 이란에 내줬다”는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란과의 종전 MOU에 따른 60일 간의 협상 기간이 공식적으로 오늘 시작됐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도 이날 성명을 통해 “향후 60일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에 대해 통항료를 전면 면제한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희망하는 상선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통해 사전에 통항 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밴스 부통령은 이란 대표단과의 협상이 이번 주말 열릴 계획이지만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본협상 개시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또한 14개항의 MOU 말고도 ‘신사협정’이 있다는 식의 언급을 해 양측이 서명한 공식 MOU 말고도 비공식 합의가 추가로 있음을 시사했다.

앞으로 60일간의 핵협상이 남았지만, 이번 종전 MOU를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보다 받아낸 것 없이 퍼주기만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합의를 서두르면서 당초 내걸었던 주요 목표 대부분을 축소하거나 포기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달성하지 못한 목표들로는 ▷이란의 무조건적 항복 및 정권교체 ▷미사일 시설 초토화 ▷핵무기 보유 저지 ▷우라늄 농축 불가 및 회수 ▷대리세력 차단 ▷호르무즈 무상 통항 등이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이란 군사작전 초기 당시 이란에 협상 조건으로 제시한 ‘무조건 항복’은 사실상 철회됐다. 전쟁 첫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폭사했지만, 그의 뒤를 이어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이란 미사일 초토화 공언은 유명무실화 됐다. 14개 조항의 MOU에는 이란의 미사일 시설과 관련된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설상가상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다른 나라들이 탄도미사일을 가지고 있다면 이란만 이를 갖지 못하게 막는 것은 불공평한 일”이라며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유를 일부 용인하는 입장까지 보였다.

미국이 이란에 군사작전을 개시한 핵심 명분이었던 ‘비핵화’는 이번 MOU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확보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재확인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앞으로 60일간 진행될 핵협상의 핵심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지만, 협상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CNN은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영구적으로 차단할 구체적인 검증 체계나 이행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440㎏ 규모의 고농축 우라늄을 이란에서 반출하는 등 이란의 우라늄 농축 역량 보유를 전면 불허했던 미국의 기존 목표도 후퇴했다. MOU 8조에 따라 고농축우라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 아래 이란 현지에서 희석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이란의 대리세력인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대한 이란의 무기·자금 지원을 중단하도록 만들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도 MOU에선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전쟁의 해상 초크포인트(조임목)가 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구 개방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MOU에서 추가 협상이 진행되는 60일 동안만 통행료 부과 없이 개방한다고 명시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란은 향후 해협에 대한 통행료 부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란 측 협상단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적 권리를 갖고 있으며,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당연히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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