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1% 급락 후 숨고르기…호르무즈 정상화 ‘반신반의’

미·이란 합의 후 유가 급락세 진정
“실제 원유공급 정상화까지 시간 필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 운항 재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제유가는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18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8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0.4% 오른 배럴당 79.85달러에 마감했다. 반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은 0.3% 내린 배럴당 76.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유가는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한 이후 이미 11% 넘게 하락한 상태다. 시장은 휴전 자체보다 실제 원유 공급이 얼마나 빨리 정상화될지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종전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에 따라 이란은 향후 60일 동안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 무료 통항을 보장하고, 미국은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를 해제하기로 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란은 이틀 연속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는 합의 내용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10척이 넘는 선박의 통항을 허용했다”며 “미국 역시 합의 초기 단계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중부사령부는 이란 항만에 대한 해상봉쇄 종료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해상 물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는 아직 제한적이다.

글로벌 해운·물류 정보 전문기관 케플러(Kpler)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약 600만배럴의 원유를 실은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3척이 오만만에서 포착됐다.

전쟁 이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선박은 하루 100척 이상이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원유와 석유제품을 실은 유조선이었다.

매트 스미스 케플러 원자재연구 책임자는 “아직은 물꼬가 완전히 터진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선박들의 대규모 이동도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사들이 여전히 해협 통과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공급 차질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피단에너지의 밥 맥널리 대표는 CNBC 인터뷰에서 “이번 미·이란 합의는 사실상 일시적인 휴전”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는 최소 650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풀어내기 위해 치른 값비싼 대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에너지 자문관을 지낸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합의를 통해 걸프 산유국들의 증산을 유도하고 여름철 공급 부족 우려를 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맥널리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을 벌었고 일정량의 원유 공급도 확보했다”며 “이것이 실제 공급 정상화와 시장 재균형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암리타 센 에너지애스펙츠(Energy Aspects) 창립자는 현재 원유시장이 수급보다는 심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유 재고가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감소했음에도 시장이 이를 크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 투자자들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후 실제 운송량이 어느 정도 회복될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센은 “모든 과정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우선 해협에 발이 묶였던 선박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겠지만,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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