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애의 코어는 선의”…정호연이 ‘호프’에서 찾은 것 [인터뷰]

영화 ‘호프’ 속 호포항 순경 ‘성애’ 役
캐스팅 소식에 “하늘 나는 기분이었다”
“감독·선배에게 집요함, 신중함 배워”

 

배우 정호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배우 정호연이 영화 ‘호프’를 통해 곧 관객들을 만난다. 모델로 시작해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연기의 세계에 발을 들였고, 거장 알폰소 쿠아론의 눈에 들어 할리우드 데뷔까지 마친 그다. 길지 않은 배우 생활, 짧은 필모그라피에도 그 한 줄 한 줄의 무게가 남다른 천생 배우. 그런 그가 자신의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나홍진 감독의 ‘호프’를 택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하는 노래 있잖아요. 딱 그런 기분이에요.”

글로벌 스타라는 말이 이제는 부족하지 않은 그임에도,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호연은 “큰 스크린에 내 얼굴이 나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며 차오르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호탕한 웃음과 망설임 없는 답변, 그리고 기분 좋은 에너지가 넘치는 인터뷰가 강렬하게 지나갔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곁에 있는 이의 마음을 채우는 사람이다.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마을 호포항에서 믿기지 않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 정체와 쫓고 쫓기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Science Fiction) 영화다. 나홍진 감독은 전작 ‘곡성’(2016) 이후 10년 만에 새 영화를 내놓으며 정호연을 히로인으로 낙점했다. 정호연은 영화에서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호포출장소 순경 ‘성애’를 연기했다.

영화 ‘호프’ 보도스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호연은 이번 영화에서 독보적인 마스크에서 나오는 단단한 감정 연기, 그리고 모델 출신의 피지컬이 뒷받침하는 탄탄한 총기 액션과 카체이싱 액션을 선보이며 스크린 속을 말 그대로 종횡무진한다. 영화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현지에서 처음 상영됐을 당시, ‘성애’의 등장과 함께 객석에서 터져 나온 환호성은 그가 작품 안에서 뿜어내는 남다른 카리스마를 증명한다.

“제가 배우로서 관객분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순간을 선사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칸의 환호가) 마치 ‘배우를 계속해도 된다’며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는 응원처럼 들렸어요.”

나홍진 감독과 함께 작업하게 된 것은 뜻밖이었다. 주인공 ‘범석’ 역의 황정민의 추천으로 나 감독이 정호연에게 먼저 연락을 했다. 차기작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정호연은 나 감독과의 미팅을 ‘오디션을 보는 마음’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는 “감독님을 보는 순간 무슨 척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줘야겠다 마음먹었다”고 회상했다.

정호연은 ‘곧 충무로에 들어올’ 그를 위해 나 감독이 사준 짜장면을 함께 먹으며 첫 미팅을 가졌다. 그리고 미팅 말미에 그의 손에는 나 감독이 건넨 ‘호프’의 시나리오가 들려 있었다. “정말 시나리오를 받게 될 거란 기대는 전혀 없었어요.” 그는 시나리오를 품에 꼭 안고서 집으로 가, 첫 장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호프’가 제 것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너무 컸죠. 그 정도로 간절했고요. 나홍진 감독님도 너무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감독님이었거든요.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영화 촬영에 돌입하기 전 그는 ‘성애’가 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M203, M16과 같은 무기를 안정감 있게 다루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4㎏가량을 증량했다. 당연히 총기 훈련을 받았고, 차량 액션에 필요한 수동 면허를 땄으며, 레이싱 전문가로부터 드리프트까지 전수받았다. 괴물을 향해 장총을 겨누는 성애의 총격 신과 숨을 멎게 하는 카체이싱 신이 유독 강렬하게 남는 것은 이런 노력의 결과다.

영화 ‘호프’ 보도스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성애가 처음 등장해서 M203을 들고 정말 오래 쏘잖아요. 중간에 끊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찍은 장면인데요. 제 기억으로는 20테이크(take·촬영 횟수) 넘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한 18테이크가 넘어가면서는 힘이 들어서 본능대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결국엔 정말 지쳐버린 날것의 모습을 감독님이 잘 담아주셨다고 생각해요.”

‘성애’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망설이지 않고 직진하고, 순경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다. 나 감독은 정호연에게 “성애의 중심은 선의”라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의 조언을 토양 삼아 주저함 없고 시원시원한 성애라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러한 성애는 많은 부분에서 실제 정호연이라는 사람을 떠올리게 만든다.

“‘성애’가 단순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아이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실제로 저도 엄청난 계획을 갖고 사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달려 나가는 추진력이 좋고, 호탕하고 이런 면들이 성애와 제가 닮은 점이라고 많이들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요.”

업계에서 ‘집요’하기로 이름난 감독, 그리고 황정민, 조인성 등 베테랑 배우들과 한배를 타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끊임없이 완벽함을 좇는 영화계 선배들이 곁에 있었기에, 그는 배우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쉼 없이 되새기며 연기에 임할 수 있었다.

“황정민 선배는 누구보다 일찍 현장에 나오시고, 자칫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현장이다 보니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으세요. 조인성 선배는 스태프들 한 명 한 명 챙기시며 유연하게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주셨고요. 그런 선배님들의 태도, 감독님의 집요함 덕분에 저도 많이 훈련된 것 같아요. 집중력도 아주 좋아졌어요.”

배우 정호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호연은 배우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신드롬급 흥행을 하면서 연기자로서 연착륙했고, 내로라하는 ‘거장’ 감독들과의 작업들이 그의 필모그라피를 채우는 중이다. 그는 “내가 배우로서 지낸 시간과 경험에 비해 제가 하는 모든 일들이 사실 굉장히 크다는 걸 너무도 잘 안다”고 털어놨다. 그렇기에 그는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제 욕심과 경험치들이 충돌하는 지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기에서만큼은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보자고 스스로 되뇌는 편이에요. 무언가를 증명하거나 보여주려고 하기보다, 그저 제가 지금 갖고 있는 것들로 최선을 다해서 보여드리려고 해요. 관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정말 해볼 수 있는 것까지 다 해보자. 그런 마음으로 열심히 연기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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