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도 결국 ‘옛날 TV’ 되나…생방송 채널·스포츠까지 노린다

참여도 하락·주가 40% 급락…VOD 신화 흔들리자 꺼낸 ‘라이브 카드’
생방송 채널·스포츠 중계권까지…이용자 붙잡기 총력전

 

넷플릭스 [123RF]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보고 싶은 걸, 보고 싶을 때.” 넷플릭스가 지난 20년간 내세워온 핵심 철학이다. 그런데 그 넷플릭스가 지금 TV 채널 편성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넷플릭스가 라이브 TV 채널과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를 함께 판매하는 번들 상품 도입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문형(VOD) 전략을 고수해온 넷플릭스가 경쟁 심화 속에서 핵심 전략까지 손보기 시작한 것이다.

전환의 방아쇠를 당긴 건 올봄 열린 연례 경영회의였다. 경영진은 실적과 가입자 유지율, ‘브리저튼’·‘기묘한 이야기’ 등 인기 시리즈의 흥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딱 하나, 이용자 참여도(Engagement) 지표가 경고음을 울렸다. 시청자가 얼마나 오래, 끝까지 콘텐츠를 보는지를 나타내는 이 수치는 업계에서 구독 해지 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쉽게 말해 “요즘 넷플릭스를 덜 본다”는 신호였다.

숫자도 냉정했다. 최근 1년간 주가는 40% 넘게 빠졌고, 4월에는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 전망을 내놨다. 닐슨에 따르면 4월 미국 내 TV 시청 점유율은 7.8%로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트리밍 1위 자리는 지키고 있지만, 성장 엔진은 분명히 식어가고 있다.

넷플릭스가 꺼낸 카드는 역설적이게도 ‘옛날 TV’다. 특정 프로그램이나 장르를 24시간 연속 송출하는 라이브 채널을 홈 화면에 일반 TV 채널처럼 배치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리모컨 들고 채널 돌리던 그 경험을, 스트리밍 앱 안에서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NBC유니버설의 피콕 같은 경쟁 스트리밍 서비스를 넷플릭스 앱 안에서 함께 구독하는 번들 서비스도 논의 중이다. 아마존이나 애플처럼 ‘앱 안의 앱’ 구조를 갖추겠다는 구상으로, 넷플릭스가 콘텐츠 공급자에서 플랫폼 사업자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미디어 업계 지각변동도 이런 움직임을 재촉하고 있다. 포스는 지난달 약 250억 달러에 로쿠를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컴캐스트는 미디어 사업 분리를 선언했다. 파라마운트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추진 중이다. 디즈니+, HBO 맥스, 유튜브는 물론 무료 광고 기반 서비스인 투비와 로쿠채널까지 빠르게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 사면초가다.

넷플릭스는 이미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며 ‘순수 구독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에 균열을 냈다. 최근에는 제작비가 적은 영상 팟캐스트와 유튜브 공개 콘텐츠를 서비스에 얹었고, 이달 초에는 버즈피드·콘데나스트의 숏폼 콘텐츠도 추가한다고 밝혔다. 체류 시간을 1분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실험들이다.

스포츠 중계권 도전도 준비 중이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30년과 2034년 FIFA 월드컵 중계권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생방송 스포츠는 실시간 시청 유입이 보장되는 데다, 광고를 건너뛸 수 없다는 특성 덕분에 광고 수익 확대에도 유리하다. 지난해 약 15억 달러를 기록한 넷플릭스 광고 매출을 2026년까지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 생방송이 핵심 레버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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