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그룹 사이먼 프라퍼티, 아마존과 손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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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프라퍼티그룹이 소유한 한 쇼핑몰<사이먼 프라퍼티 홈페이지>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큰 손인 사이먼 프라퍼티 그룹(이하 사이먼)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내 최대 한인 의류소매체인이었던 포에버 21인수를 발표해 화제가 됐던 상업용 부동산 투자· 관리 업체인 사이먼이 최근 자신들이 소유했던 백화점을 아마존 물류 창고로 전환하기 위한 협상에 나섰다.

오프라인 부동산의 큰 손인 사이먼과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은 말 그대로 물과 기름과 같은 사이였지만 급변하는 트렌드에 따라 ‘적과의 동침’을 택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연합은 사이먼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이먼은 최근 자신들이 보유했던 JC페니·시어스 매장을 아마존의 유통·물류 센터로 전환하는 사업안을 아마존에게 제시했고 아마존 역시 날로 늘어나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사이먼의 매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양사의 협상 대상은 사이먼이 JC페니(63개)·시어스(11개)에 임대했던 74개 건물이며 추후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이먼이 이번 협상에 나선 이유는 업체의 존망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사이먼은 그간 대형 백화점과 리테일러들이 지불하는 임대료를 주 수익원으로 삼아 왔다. 그런데 온라인 시장의 급부상과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가 겹치며 앵커테넌트들이 줄줄이 파산 혹은 폐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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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로 사이먼의 주 고객 중 하나였던 시어스는 이미 지난 2018년 챕터 11을 신청하며 매장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JC페니 또한 지난 5월 법원에 챕터 11을 신청하며 사실상 영업 중단을 선언했다.

사이먼 소유 매장에 하나씩 존재했던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 그리고 고급백화점 니만마커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로드앤테일러가 역시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매장 정리에 나선 상황이다.

시아먼측은 세입자들의 줄 폐업에 업체들과 물류 벤처를 설립해 재고물량 처리, 부동산 판매 그리고 부동산투자신탁 전환 등의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관리 업체 관계자들은 “코로나 19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사이먼의 우선 순위에 변화가 생겼고 결국 발상 전환을 통한 손실 감소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아마존 역시 사이먼의 기존 매장을 각 지역 물류 창고로 확보할 경우 물량의 추가 확보는 물론 배송 속도를 개선할 수 있기에 서로 윈-윈이 되는 거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아마존은 이번 협상 이전부터 고속도로나 베드타운 인근에 위치한 상가 및 건물 중 경영난에 빠진 곳을 인수해 물류 창고로 확보하고 있으며 UPS, 페덱스 그리고 DHL과 같은 배송업체들 역시 물류 센터 확보를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이먼과 아마존의 협상 결렬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이번 연합이 장기적으로는 사이먼에 극히 불리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건물의 경우 각 세입자로부터 나오는 임대료는 물론 이 매장을 오가는 유동인구를 겨냥해 식당, 극장, 그리고 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놀이시설 등을 함께 유치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구입단가는 물론 임대료와 관리비가 높게 책정된다.

반면 물류센터가 속한 산업용 부동산의 경우 임대료와 관리비 그리고 유틸리티 등이 상업용에 비해 저렴하고 임대계약 및 기타 조항도 크게 다르며 물류의 원활한 입반출을 위해 건물 구조 변경도 필요하다. 즉 사이먼의 기존 사업 방식을 유지하는 한 산업용 전환을 통해 기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남가주 리버사이드 일대의 물류 창고 건물을 관리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양 측이 원하는 임대료 등 가격 조건에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양 측이 어느 정도 양보해 중간선을 찾지 않으면 장기적인 협업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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