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지난해 대규모 흥행을 기록했던 정책금융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을 중도 상환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저 3%대 초반까지 떨어지며, 일반 주담대로 상품을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중도 상환액은 947억원(511건)으로 집계됐다.
중도 상환액은 지난해 6월 기준 267억원(116건)을 시작으로 7월 349억원(150건), 8월 533억원(251건), 9월 555억원(270건) 등으로 매달 늘었다. 이어 지난해 10월 795억원(377건), 11월 839억원(433건) 등으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이같은 중도 상환 증가세는 일반 주담대 금리가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보다 낮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최장 50년 동안 분할 상환할 수 있는 상품이다. 따라서 조기 상환은 대부분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려는 수요로 추정된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지난해 1월 출시 직후 일반형이 4.15~4.45%, 우대형이 4.05~4.35%로 각각 책정돼 당시 최저 5%대 수준이었던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금리 매력도가 높았다. 이에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말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변동형 기준 최저 3% 중반대까지 떨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의 경우 지난해 11월 초 일반형이 4.90~5.20%, 우대형이 4.50~4.80%로 오히려 전보다 올라 금리 역전이 한층 뚜렷해졌다.
비슷한 이유로 특례보금자리론 인기도 지난해 말부터 시들해졌다.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지난해 9월 27일부터 일반형 판매를 중단하도록 한 데다 금리 매력이 떨어진 요인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특례보금자리론 월간 유효 신청 금액은 지난해 9월 5조1176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한 뒤 10월 1조1663억원, 11월 1조79억원 등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3395억원까지 줄었다. 이에 특례보금자리론에서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타는 수요는 당분간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올해 1월말부터는 신생아 특례대출 갈아타기도 가능해졌다.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한 금리 비교와 비대면 갈아타기가 불가능하고 은행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하지만, 중도상환수수료는 조건 없이 면제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0.1%포인트(p)라도 더 낮은 금리를 찾는 분위기”라며 “향후 시장금리가 추가 하락하면 특례보금자리론 상환도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