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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법적으로 ‘채무자의 1월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은 채권자가 압류할 수 없다. 이를 압류금지채권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채권자인 은행이 아니라 채무자인 예금주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채무자 A씨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압류된 150여만원을 반환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금융기관 측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에겐 대부업체로부터 빌린 850여만원의 빚이 있었다. A씨가 이를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는 법원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했다. 해당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A씨는 금융업체 계좌에 있던 잔액 150여만원을 압류당했다. 그러자 압류 조치에 대해 A씨가 반발하면서 법적 분쟁이 생겼다.
A씨는 “해당 예금은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며 금융업체에 반환을 요구했다. 민사집행법은 ‘채무자의 1개월간 생계유지에 필요한 예금으로서 대통령이 정하는 금액(현재 185만원)’은 압류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채무자의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금융업체 측도 반박했다. 금융업체 측은 “압류금지금액은 채무자의 모든 금융계좌를 통틀어 인정되는 금액인데 금융업체는 여러 금융기관 중 하나”라며 “개별 은행 입장에선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는지를 도저히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방법원 오소현 판사는 2020년 7월, “금융업체가 A씨에게 1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3-3민사부(부장 이주영)는 2020년 12월, 금융업체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압류금지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에 관한 A씨의 지급 청구를 거절하기 위해선 오히려 금융업체가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금융업체가 불복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왔다. 쟁점은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였다. 심리 결과,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금융업체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압류금지채권을 주장하며 예금을 반환을 구하는 경우 해당 소송에서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예금주인 채무자가 증명해야 한다”고 봤다.
이어 “압류 및 추심명령에 의해 압류된 각 계좌의 입출금 내역 등 추가 자료 제출이 없는 이상 이 사건 계좌에 남아있는 예금이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며 “A씨가 증명을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런데도 원심(2심)이 압류금지채권 해당 여부에 관한 증명책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한 뒤 “다시 판단하라”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