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차기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올 2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7차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제10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강승연·홍태화·홍승희 기자]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의 차기 위원장에 ‘경제정책통’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거시경제와 경제정책 기획에 정통한 경제관료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수립에 참여한 바 있어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새 금융위원장으로 낙점한 김 내정자는 1971년생 경남 마산 출신으로 부산 사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영국 버밍엄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나왔다. 행정고시 37회로 1993년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원(현 기재부) 금융정책실 증권업무담당관실, 증권제도담당관실 등에서 근무했다.
기재부 출신이지만 그간 쌓은 업력은 금융위와 연이 깊다. 사무관 8년을 모두 금융정책국에서 보냈다. 당시 가장 인기 있던 곳이지만 IMF외환위기 이후 가장 일이 많던 부서기도 하다. 순환 인사의 관례를 깨고 김 차관은 ‘대체 불가 인재’로 평가돼 8년 내내 금정국에만 머무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자금시장과장,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등 거시정책 관련 핵심 보직을 역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책분석관, 미주개발은행(IDB) 선임자문관 경험을 하며 국제적 감각도 갖췄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돼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렸고, 정부 출범 후 초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맡았다.
초고속 승진 신화의 주인공 이기도 하다. 재경원 동기들 가운데 가장 먼저 서기관을 달았고, 차관 승진 당시에는 경제정책국장(국장급)에서 1급을 건너뛰고 곧장 승진했다. 핵심보직인 경제정책국장으로 일할 때에는 ‘닮고 싶은 상사’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공직 생활 내내 경제위기의 최전선에서 근무했고, 위기관리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STX그룹, 현대그룹, 동부그룹 등 구조조정에 관여했고,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대응을 총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소통과 조율에 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제 관련 경력이 없는데도 지난해 국회에서 세제개편안을 설명해 조세소위를 통과시키며 탁월한 정무적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혁신성장추진기획단장 재직 시절에는 지자체와 소통 끝에 여러 규제를 풀어내기도 했다.
때문에 그가 쌓여있는 각종 현안을 해소하는 데 역량을 발휘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장 가계부채 증가세를 명목 경제성장률 이내로 잡아야 하는 당면과제가 놓여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 고금리·고물가로 애로를 겪는 소상공인·서민·취약계층 지원,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 반도체 등 정책금융지원, 금융회사 내부통제 개선 등 굵직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김 내정자의 차기 금융위원장 지명으로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도 새로운 진용을 갖추게 됐다. 특히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의 팀워크가 기대된다. 최 부총리가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를 맡았을 때 함께 경제정책방향을 수립한 데다 대통령실에선 경제수석과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어 경제·금융정책 수립·운용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금융위 부위원장으로는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 등이 거론된다. 안정적인 리더십 교체 차원에서 김소영 부위원장이 연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