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1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협조를 위해 자택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구영배 큐텐 대표가 9일 티몬·위메프 합병을 위한 신규법인 설립을 알리자 ‘마지막 승부수’라는 반응부터 ‘현실성 없는 형량 낮추기용 작전’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검찰 소환을 목전에 둔 구 대표가 큐텐·큐익스프레스 지분 등 개인 자산을 팔아 1조원대 미정산금 해결에 보태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구 대표는 이날 “티몬이나 위메프를 매각해서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며 양사를 합병하기 위한 신규법인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설립을 신청하고 자본금 약 10억원을 1차로 출자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티몬·위메프 지분 보유자 동의를 얻어 100% 감자하고, 자신의 큐텐 전체 지분 38%를 합병법인에 백지신탁한 뒤 판매자들로부터 미정산대금의 전환사채(CB) 전환 의향서를 받아 1대 주주로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지난 2일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티몬·위메프 모든 주주를 설득해 합병 찬성을 얻기 힘들고, 판매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에게 전환사채(CB)를 갖고 투자하라고 하는 방안이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판매자라도 10억원 빚 상환을 받아야 하는데, (미정산금을) CB로 전환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느냐, 직원들도 ‘멱살 잡힐 일’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큐텐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구 대표가 큐텐의 지분 38%를 가지고 몬스터홀딩스와 원더홀딩스 등이 주요 주주이다. 큐텐은 티몬 지분 100%, 큐텐코리아와 함께 위메프 지분 72.2%를 갖고 있다.
구 대표의 계획은 티몬·위메프는 물론 큐텐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바꾸기에 기존 지분 보유자와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손해를 감수해달라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어 고액 채권자들에게 ‘티몬·위메프 간판을 새로 바꿔 달고 사업을 재개해 돈을 벌겠다’며 투자자로 나서달라고 설득해야 한다.
아울러 법원이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합병을 승인해야 한다.
티몬과 위메프는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절차를 밟고 있으며 전체 채권자가 11만명에 달하는 복잡한 상황이다.
이처럼 낮은 현실성 때문에 티몬과 위메프는 기업회생을 신청하고 분리 매각 또는 투자유치(펀딩)를 진행해왔다.
구 대표는 전날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와 긴급 회동해 이러한 자신의 플랫폼 재건 계획을 밝히고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광진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에 “큐텐 그룹사는 그룹사 차원의 자구책을, 티몬은 티몬대로 자구책을 찾는다”고 말했다.
구 대표의 계획을 접한 피해자들은 “1조원대 미정산금을 쌓아두고 10억원짜리 신규법인을 만들어 새 사업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구 대표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큐텐 지분은 내놓겠다면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온 알짜배기 자산으로 꼽히는 큐익스프레스 지분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도 없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부르는 등 연일 관계인을 조사 중이며 압수물 분석 등이 끝나는 대로 조만간 구 대표를 사기와 횡령·배임 등 혐의 피의자로 소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