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MBK 부회장 “최윤범 회장에 집중된 힘, 고려아연 이사회가 가져와야”[투자360]

1대주주 권리, 사모펀드 GP로서 역할 강조
1.2조 깜깜이 투자로 2.5조 기업가치 훼손 지적
2대주주 최 회장, 주주권·기술력 인정…“분쟁은 이사회서 해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한 지 2개월 만에 다시 공식 석상에 섰다. 기관 자금의 위탁운용사(GP)인 MBK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며 고려아연 기업가치 개선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려아연의 ‘잃어버린 기업가치’가 2조5000억원이라고 추산한 그는 이를 되찾으려면 최윤범 회장에 집중된 힘을 ‘이사회’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10일 김 부회장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회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마이크를 잡았다. 올 9월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계획을 밝힌 이후 두 번째 간담회다. 지난 2개월간 MBK와 영풍 연합, 최 회장은 대립각을 세우며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 오고 있으나 이날 김 부회장은 그간의 잡음을 정리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김 부회장이 최 회장에 대해 “호주에서 제련소를 운영한 경험을 가진 기술 전문가”라고 언급한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줄곧 최 회장의 미흡했던 경영 능력을 지적해 오다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수차례 고려아연 경영진과 구성원이 지니고 있는 기술적 역량과 전문성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고려아연 측에서 사업적 이해도가 낮다고 지적한 점을 의식한 모습이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생산량과 생산 능력도 압도적이지만 MBK가 집요하게 파고드는 문제는 지배구조”라며 “이는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MBK는 그동안 한중일 3개국에서 70곳 기업에 투자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으나 특정 산업을 완벽히 알 수 없는 점은 인지한다”라며 “그러나 좋은 경영진을 초빙해 경영진이 오직 ‘회사 가치’만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지원하는 일이 PE인 MBK의 역할이고 이를 고려아연에서도 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에 선진적인 경영 환경을 조성하려면 집행임원제를 도입하고 이사회 구성을 교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내달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과 신규 이사 선임안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한 상태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이사회 기능이 약화된 근거로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등 1조2000억원 규모 깜깜이 투자를 재차 지적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상 고려아연은 영풍 기업집단에 속하고 영풍의 총수는 장형진 고문”이라며 “고려아연이 장 고문의 친인척과 거래를 하면 이사회의 검토를 받지만 최 회장은 주요 주주이자 경영진이지만 총수가 아닌 탓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최 회장 지인이 운영하는 원아시아파트너스 5669억원 출자, 특수관계인 간 거래인 정석기업과 씨에스디자인그룹 524억원 투자 등이 이사회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은 채 이뤄졌다고 MBK는 지적한다. 여기에 미흡한 보고서로 이사회를 통과한 이그니오홀딩스 5820억원 투자까지 합치면 최 회장 주도하에 이뤄진 투자 규모가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김 부회장은 “1조2000억원의 투자가 회사의 투자자본이익률을 유지하는 수준의 적절한 투자에 효율적으로 집행됐다면 고려아연 주주가치는 2조5000억원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라며 “앞으로 이사회 규정으로 권한을 명문화한 내부거래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특수거래를 이사회에서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회장 몫인 ‘주주권’의 가치를 인정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 부회장은 “MBK가 고려아연 이사회에 진입한다고 해도 2대주주인 최 회장 측의 약 20% 주주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주주 간 계속 분쟁하기보다는 문제를 ‘이사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 등은 ‘CEO’인 최 회장에서 파생된 문제로 정의하며 CEO가 갖던 힘을 ‘이사회’로 편입하면 유사한 문제가 발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김 부회장은 “집행임원제가 통과되지 않더라도 사외이사가 과반인 이사회가 구성되면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할 예정이므로 특정 주주가 의사결정을 주도하긴 어려워질 것”이라며 “자연스레 사외이사가 의사결정을 주도하게 되고 주요 주주 간 관계도 컨트롤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부회장은 “이사회 안에 주요 주주가 고르게 참여해 서로 견제와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 회사 중장기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MBK는 영풍과 고려아연 1대주주로서 이사회 진입 등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지 약탈적 자본이라는 평가는 수용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전문경영진을 적극 지원해 고려아연의 사업 계획을 실행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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