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하야 후 4~5월 대선 시나리오
윤 의지 관건·들끓는 여론·책임론 부담
탄핵 시 심리 속도에 따라 4~8월 대선
윤 적극 변론 예상…6인 체제 부당 지적
구속 시 직무대행vs옥중임무 법해석 분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방법론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퇴진 시기에 따라 차기 대선 일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헌법 제68조2항에 따라 대통령 궐위가 발생한 경우 자격을 상실한 때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한다. 이번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시나리오는 윤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와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는 경우로 나뉘며, 현재 내란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인 윤 대통령이 법원에 구속되는 변수가 거론된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고 사임한 경우는 세 차례가 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60년 자유당의 3·15 부정선거로 촉발된 4·19 혁명 직후인 1960년 4월26일 하야를 선언했고, 간접 선거로 대선이 실시돼 윤보선 민주당 의원이 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보선 대통령은 5·16 군사정변으로 인해, 최규하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 이후 군사 쿠데타에 의해 하야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면 이로부터 60일째 되는 날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하야 시기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당은 최선으로 보고 있다. 대선 시기를 조금이라도 유리한 시점으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정국 안정 태스크포스’(TF)는 윤 대통령의 퇴진 시점을 내년 2월→4월 대선, 내년 3월→5월 대선 두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 결과가 나오는 시점과 연동돼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열린 공직선거법 1심에서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 이후 사법부는 선거범 재판의 선고에서 1심은 공소제기 후 6개월, 2심과 3심은 전심 선고 후 각 3개월 내로 총 1년 이내에 선고를 마무리하는 ‘6·3·3’규정을 강조하고 있다. 4월 또는 5월 대선은 2심 선고 이후를 상정할 때 가장 빠른 일정이다.
이 경우에도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윤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우리 당”(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결정을 하겠느냐의 문제가 크다.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책임이 있는 여당이 스스로에게 유리한 대선 시점을 정해 정권 재창출을 꿈꾼다는 도덕적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들끓고 있는 여론을 내년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는 정치적 부담도 크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라도 빠른 자진 사퇴가 더 맞는다고 했다”며 “2차 탄핵소추안 표결 전까지 이뤄지지 않는다면 탄핵을 통해서라도 직무 정지를 시키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한다면 대통령직을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은 탄핵이 유일하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재는 탄핵 심판을 개시한다. 헌재법 제38조는 심판 기간을 18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으나, 강제성이 없는 훈시 규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180일보다 일찍 끝날 수도 있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들어가는 만큼 앞선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왔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의 경우 2016년 12월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후 2017년 3월10일 파면 결정까지 91일이 걸렸고, 다음 대선은 이로부터 60일째인 5월9일 실시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의 경우 2004년 3월12일 탄핵소추안 의결부터 2004년 5월1일 기각 결정까지 64일이 소요됐다.
탄핵 심판이 이뤄지면 윤 대통령의 운명은 헌재의 결정에 달렸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할 경우 노 전 대통령의 심리 기간을 적용하면 4월 대선, 박 전 대통령의 사례에 비추면 5월 대선이다. 헌재가 180일의 심리 기간을 채운다면 8월 대선까지 가능하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변론을 사실상 포기했지만, 윤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변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6인의 헌법재판관 체제에 대해 지적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심리는 더 길어질 수 있다. 다만 국정농단 사건과 연관됐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사건과 달리, 이번 사안은 쟁점이 적어 심리가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헌재 심리 속도에 따라 대선 시기는 유동적이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김태헌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어떤 경우든 하야는 없다, 자진해서 내가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며 “헌법재판관 6인 체제에서는 1명이라도 반대를 하게 되면 기각이 되는 것이고, 내년 4월이면 헌법재판관 2명이 바뀌게 되면 유리하다는 정치적 계산을 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속도도 관건이다.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번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고, 전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구속됐다. 내란죄는 우두머리와 중요 임무 종사자, 단순 가담자로 구분되는데, 윤 대통령은 내란우두머리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금지 등 조치가 내려졌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이후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고, 군 통수권과 외교권 등 고유권한을 가지고 있다. 헌법 제71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체포 및 구속이 ‘사고’로 해석된다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