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제임스 건 각본·연출 ‘슈퍼맨’ 개봉
12년만의 슈퍼맨 단독 영화…코런스웻 주연
탄탄한 연기·빠른 전개·경쾌한 액션 ‘3콤보’
![]()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북극 얼음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는 ‘슈퍼맨’. 거대한 충돌음과 함께 등장한 슈퍼맨의 시작은 처참한 패배다. 처참한 히어로의 추락과 대비되는 발랄한 슈퍼독 크립토의 등장. 크립토가 슈퍼맨의 망토를 물고, 그를 질질 끌며 얼음 위를 나아가는 장면은 제임스 건 특유의 감성이 물씬 풍긴다.
9일 영화 ‘슈퍼맨’이 개봉했다. 12년 만의 슈퍼맨 단독 영화다. 새출발을 알린 DC스튜디오가 내놓은 첫 작품이기도 하다. DC의 새 공동 수장이자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잘 알려진 제임스 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DC코믹스 대표 히어로와 히어로물 시리즈의 ‘거장’의 합작은 DC의 재건이란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
영화는 슈퍼맨이 ‘영웅’으로 활약하고 있는 시대의 세계관으로 곧장 뛰어든다. 크립토 행성이 멸망하기 직전 부모에 의해 지구로 보내진 아기가 시골 농부에게 길러지고, 후에 인류를 구하는 슈퍼맨이자 안경 쓴 기자 클락 켄트로서 인간 사회 속에 살아간다는 전사(前史)는 생략됐다. 새로운 ‘슈퍼맨’을 맞을 때마다 들어야 했던 익숙한 서사의 반복은 덜어냈고, 대신 초반부터 빠른 흐름으로 세계관과 슈퍼맨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세계는 혼란하다. 국가의 허락 없이 국제 문제에 끼어든 슈퍼맨은 렉스 루터의 ‘가짜 여론’의 선동으로 사람들에게 위험한 존재로서 인식되기 시작한다. 여기에 루터가 공개한, ‘지구를 지배하라’는 슈퍼맨의 친부모가 남긴 메시지는 여론을 더욱 악화시킨다. 극과 극으로 갈린 사람들. 그 안에서 정부는 슈퍼맨을 경계하고, 루터는 호시탐탐 그를 무너뜨리려고 하지만, 연인인 로이스 레인만큼은 슈퍼맨을 지지하며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
건 감독은 최근 국내 언론과의 화상간담회에서 “슈퍼맨이 어떤 사람인지 탐구하고자 했다”며 “슈퍼맨이 실제로 있다면 어떤 감정과 생각 갖고 있을 것인지, 그리고 본인과 애인, 정부와의 관계는 어땠을지 구현하고자 했다”고 했다.
루터가 만들어 낸 선동에도 슈퍼맨은 줄곧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겠다는 신념을 절대 놓지 않는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를 보호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는 깊은 신념은 ‘슈퍼맨’의 존재 이유이자, 히어로에 대한 인류의 믿음과도 맞닿아있다. 적어도 영화 ‘슈퍼맨’은 ‘진정한 영웅’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펼쳐질 새 DC유니버스(DCU)의 첫 단추로서 제 역할을 다한다.
![]()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영화는 특별한 서사를 만들지 않는다. 그저 전쟁과 여론으로 분열된 세상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의 싸움이다. 하지만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다 해낸 배우들이 평범한 서사에 특별함을 더한다.
차세대 슈퍼맨으로 낙점받은 데이비드 코런스웻이 크리스토퍼 리브, 헨리 카빌 등 전작 배우들의 그림자를 꿋꿋이 걷어내고, 무난히 ‘슈퍼맨’에 연착륙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각지고 선이 굵은 외모와 작은 보조개, 탄탄한 몸 등 슈퍼맨으로서 만반의 준비를 한 듯한 그의 외모는 인간미를 더한 지구 최강의 존재라는 설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코런스웻은 “새로운 세대로서 슈퍼맨이라는 캐릭터를 키워나가야 한다는 역할에 충실했다”면서 “제임스 건만이 갖고 있는 비전을 표현해 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레이첼 브로스나한은 슈퍼맨의 연인이자 에이스 기자인 로이스 레인의 날카로우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을, 삭발 투혼을 보인 니콜라스 홀트 역시 루터가 가진 냉소적이면서 비범하고, 시기심에 휩싸인 광기 어린 모습을 일말의 이질감 없이 표현한다. 건 감독은 홀트에 대해 “우리가 본 적 없는 ‘렉스 루터’를 훌륭하게 연기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가이 가드너(나달 필리온 분), 미스터 테리픽(에디 가테지 분), 호크걸(이사벨라 메르세드 분) 등 코믹스 팬들에게는 익숙한 캐릭터도 ‘저스티스 갱’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며 영화에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여전히 슈퍼맨은 강력하다. 그럼에도 쓰러지기도, 패배하기도 한다. 슈퍼맨도 사랑을 한다. 하지만 연인과 다투기도 한다. 그저 그를 외계인, 혹은 그것(it)으로 취급하는 루터를 향한 “난 누구보다도 인간이야”란 슈퍼맨의 외침은 전작 ‘맨 오브 스틸’(2013)에서 “나는 미국인이야”란 슈퍼맨의 대답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의 품에서 자란 크립토인은, 인간과 연대하며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영화는 쉴 틈이 없다. 슈퍼맨은 쉬지 않고 싸우고, 또 끊임없이 누군가를 구한다. 전작보다 경쾌해진 액션과 빠른 전개는 영화의 흡입력을 높인다. ‘엔지니어’, ‘울트라맨’과 벌이는 공중전이 안기는 스릴은 기대 이상이고, 전투 액션 장면도 지루할 틈이 없다. 여기에 차원이 뒤틀리며 갈라지고 무너지는 가상의 도시 메트로폴리스의 모습과 작은 우주처럼 심연하고 신비롭게 그려진 ‘주머니 우주’의 연출 등은 충분한 볼거리를 준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에서 건 감독이 보여줬던 위트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용맹한 강아지 크립토의 활약과 왠지 마음이 가는 ‘메타몰포’의 아기가 안겨주는 뜻밖의 발랄하고 귀여운 순간이 아쉬움을 상쇄한다.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