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아니었나…인플레 공포 속 미 국채 가격도 하락 [중동 위기 확산]

10년물 금리 4% 돌파…9개월만에 최대폭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시 미 물가 0.8%p↑
연준 등 금리인하 기대감 약화도 영향
다이먼 JP모건CEO “장기전땐 물가 심각”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증시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4%를 돌파했다.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채 가격이 오히려 하락세(국채 수익률 상승)를 나타낸 것이다. 이는 미국과 이란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069%로 거래됐다. 이날 개장 무렵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11%로 오르기도 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미국 국채는 9개월 만에 최대 매도세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매도세는 이란과 관련한 군사 충돌이 연일 이어지면서 촉발됐다. 유가 급등과 같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로 번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올해 연말까지 미국의 물가상승률을 약 0.8%포인트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정학적 위기 고조로 위험회피 심리가 커진 상황에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중동 위기 격화로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커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추가 금리 인하를 중단할 것이란 관측이 커지는 것도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주요국 중앙은행 인사들도 중동 위기발 인플레이션 재가속 위험을 우려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투자 콘퍼런스에서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리면 적절하다고 예상했으나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그런 확신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지가 인플레이션에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 지정학적 이벤트를 고려할 때 우리는 더 많은 데이터를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필리프 레인 유럽중앙은행(EC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단기적으로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한다”며 “이 같은 분쟁이 경제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 주요 인사들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뉴욕증시가 중동 불안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시장에 안일함이 팽배해 있다”라고 우려하면서 인플레이션이 ‘파티장의 스컹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이먼 CEO는 “인플레이션이 3% 언저리에서 멈춘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비, 건설비, 보험료, 임금이 모두 오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중대한 문제이고, 단순히 유가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된 케빈 워시가 의회 인준을 무사히 마쳐 오는 5월 새 연준 의장으로 취임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노동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부분의 연준 위원은 추가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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