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성과급 개편 재계 확산
자동차·조선·IT까지 영업익 기준 일정비율 성과급 요구
수천억~수십조원 성과급 재원으로 묶어둬야
삼바는 이미 파업…파업 불사 노동계에 ‘하투’ 우려 확산
![]() |
| 지난 4월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주최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윤창빈 기자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성과급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노사 협상이 최종 결렬, 총파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계에서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성과급 산정 방식의 변화를 촉구하는 노조 목소리가 조선, IT, 자동차, 바이오 등 핵심 산업으로까지 번지면서 이같은 구조의 성과급 체계가 뉴노멀(새 기준)이 될까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올해부터 사내 책임급 직원들의 성과급 산정 방식을 기존 ‘기본급’ 기반에서 ‘실질연봉’ 기반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책임급은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아, 노사가 협의한 성과급 지급률 대신 별도의 산식을 적용받아왔다. 회사는 조선업 호황 국면 등을 고려해 성과급 실질 지급 수준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노조도 강도 높은 성과 배분 요구를 들고 나왔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조합원에 영업이익 30% 공유’ 안건을 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약 2조원)을 대입하면 조합원당 약 7500만원, 총 재원은 6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이와 같이 회사 실적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노조 요구는 반도체 업계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번 성과급 체계 변화의 시작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기존에 경제적 부가가치(EVA·영업이익에서 투하자본 비용을 제외한 금액)에 기반해 성과급을 산정해왔다. 그러나 업계 호황으로 성과급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과거 기준이 투명하지 않다는 임직원 불만도 동시에 커졌다. SK하이닉스 노사는 결국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증권가에서 추산한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 250조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인당 평균 7억원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이같이 결정되면서 삼성전자 노조도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과 ‘성과급 상한선(연봉 50%) 폐지 제도화’ 방침을 줄곧 고수해왔다. 그러면서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이번주 이틀 간의 사후조정에서도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최종 결렬했다.
이로써 우려했던 삼성전자의 총파업이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는 이제 ‘반도체 생산차질’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총파업이 임박하면서 삼성전자는 물론 정부도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약 30조~40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는 파업 개시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완성차 노조 역시 수년째 임단협에서 성과급으로 순이익의 30%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6일 시작한 임급협상에서도 같은 요구를 내걸었다. 동시에 공장 자동화 설비로 근무시간이 감소하는 경우에도 임금을 유지하고 완전 월급제를 도입하고, 고용 안정을 위해 국내 물량을 유지해달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IT 업계에선 단체행동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카카오 노조에 따르면 앞서 사측은 영업이익의 10% 수준 성과급을 제시했으나, 이를 거부하고 13~15% 수준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는 현재 산하 5개 법인의 교섭이 결렬됐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는데, 결렬 시 카카오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다수 노조가 파업까지 예고한 가운데 올해 임단협을 앞두고 파업 위기도 커지고 있다.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지급과 함께 평균 14% 수준의 임금 인상, 임직원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파업을 진행했다. 사흘간 진행된 파업에만 노조 조합원의 70%인 2800여명이 참여하면서 일부 공정은 중단되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이번 노조 파업으로 입은 손실이 1500억원 수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이같은 노조 요구로 투자 재원 마련 등 시장에 대응할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가 나온다. 특히 영업이익에는 영업 외 비용, 즉 이자 비용이나 법인세 등 회사가 추후 부담해야 하는 필수 비용이 빠져 있어 순이익 대비 과도한 재원을 성과급으로 써야 한다는 부담도 커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회사마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2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재원이 성과급으로 묶여있게 되면 회사 입장에선 대규모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업계를 가리지 않고 노조에서 성과급에 대해 강경한 기조로 맞서고 있어 올해 노사 협상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